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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흔들리는 美 중심 세계화…中·유럽 관계 성장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방 세계 정부들은 중국과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외교 및 통상 정책이 그들에게 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서방 국가들의 논의 중심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었다.
'디리스킹'과 '디커플링'이다.
디리스킹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디커플링은 중국과 경제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세력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의 주류 정치인들은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서다.
게다가 디커플링을 한다는 발언은 지난 40년간 자유무역을 이끌어온 세계화 정신에 반하는 것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이 엄청난 성취가 많은 이들에게, 심지어 중국 내에서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이제 중국 경제는 그간의 폭발적 성장 이후 안정적인 연간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방은 세계화를 단순히 번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키우는 도구로 여겼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이런 가치가 혁신적이고 번영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지침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적 성공은 자유로운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내러티브가 있었다.


이 같은 시각은 주로 미국이 주도했다.
미국은 인권 문제에서 그들 스스로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상징인 '아메리칸드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다.
공동의 가치와 상호 헌신에 기반한 대서양 공동체가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화된 규칙 기반의 '수호자'로 설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패권을 가졌으며 다른 모든 이들을 제멋대로 대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은 곧 정의다.
이제 미국은 대화하거나 협상하지 않고, 선언하고 강요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존 방식과는 다른 것 같다.
그에게 정책은 개인적 유대와 충성 등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요소를 기준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외교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접근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발언하면서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이 멀어졌다.
동맹국들은 이제 미국이 중심이 아닌 새로운 군사·경제 질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가 어떻게 구체화하든, 경제적 이해와 인본주의적 가치가 함께 작동하던 그간의 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올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통합된 블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군사적 긴장도 심화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부과했고, 앞으로도 계속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전 세계 무역 상대국 대상 '징벌적 관세'는 유럽 정치 지도자들에게 유럽이 경제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방향을 설정하도록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현재 상황은 중국과 유럽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중국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 다자주의에서 발을 뺀 지금, 독일과 중국은 그들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적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 한다.


양국은 서로가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경제 디커플링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유럽 시장에 지속적으로 접근해 중단없는 무역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메르츠 대표가 숙련된 경제학자이자 법률가로서 행동하고 협상한다면 독일 기업도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상호주의적 무역 조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자유주의 가치 기반 동맹의 붕괴는 인권 문제 등이 국가 간 외교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치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가치의 의미를 대변하고 훼손 시 제재할 수 있는 통일된 힘과 신념, 제도 등이 더 이상 공통 영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가올 새로운 세계 질서가 이해관계에 치우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인권 등 그동안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공에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숨겨두고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숨겨서라도 해당 가치들이 살아남게 하는 선택이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고자 하는, 강한 자가 오직 자기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논리보다 더 현명하고 목표지향적일 것이다.


알렉산더 괴를라흐 카네기국제문제윤리위원회 선임연구원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As US-led globalisation falters, China-Europe relations can flourish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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