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지난해 48개의 신약을 배출하며 '의약품 굴기'를 보여줬다.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자국 내 양적 팽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인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질적 성장의 양상도 이전과 달라졌다는 반응이다.
27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해 종양학·신경계 질환, 항감염제 등 약 20개 치료 분야에 걸쳐 48개 1등급(계열 내 최초) 신약을 시판 허가했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허가 건수다.
앞서 NMPA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1건, 40개 신약을 허가했다.
48개 신약 중 17개는 우선심사 경로를 통해 시판 승인을 받았고, 11개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 13개도 '획기적 치료제'로 포함·허가됐다.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굴기 이유로는 정부 주도의 파격적인 정책 변화가 꼽힌다.
중국은 2011년부터 경제개발 계획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핵심산업군으로 지정했다.
제약바이오기업의 법인세를 40% 감면해 기존 25%이었던 법인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췄다.
IND(임상시험계획)심사 기간을 1년 이상에서 60일로 줄이는 등 의약품 심사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였다.
중국은 2015년 우선심사, 2017년 조건부허가, 2018년 긴급 수입 필요 해외의약품 지정, 2020년 혁신치료제 지정 등 일련의 신속 허가제도를 도입하며 신약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우선심사 승인은 검토 기간을 200일(근무일 기준)에서 130일로 단축했다.
긴급 임상 수요를 충족하고 해외에서 승인 받은 의약품의 경우 검토 기간이 70일까지 줄었다.
인재 유치를 위한 '탤런트 프로그램'을 실시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전문인력의 이주비를 지원하고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한편 스타트업 펀딩 지원까지 전폭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수만명의 제약바이오 연구자·과학자가 중국 내로 유입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규제당국(NMPA)의 신속허가 등이 보태지면서 신약 개발의 속도가 남달라졌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유도할만한 법인세율 차감이나 인재 유치 인센티브 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중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연평균 9.5% 성장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글로벌 2위를 기록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스티펠(Stifel)이 올해 초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 이전 계약 중 중국 기업과의 거래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차지하는 계약 비중은 2022년 12%, 2023년 29%, 2024년 31%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 경쟁력도 상전벽해 수준이다.
영국 생명과학국이 최근 발표한 생명과학 경쟁력지수(LSCIs)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의학 논문 피인용 점유율은 24%로 미국(31.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피인용 점유율이 높다는 건 논문의 질적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2011년 6.2%에 그친 이 점유율을 12년 만에 네 배가량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23년 기준 3.1%로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관순 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제약바이오협회 혁신포럼에서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한국이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하듯이 국가가 많은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토양을 잘 닦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 체질 개선 사례 등의 벤치마크 필요하다"며 "특히 인재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주도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