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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빙산의 일각

세계 각국 AI패권 놓고 각축전
대규모 투자만으론 성공 못 해
美 등 수십년간 IT 인프라 구축
그들의 성공비결부터 배워야


2022년 말 챗지피티(ChatGPT)가 대성공을 거두자, 잠시 주춤했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중국은 딥시크(DeepSeek)라는 인공지능을 출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고, 유럽연합도 500억유로의 인공지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시기이니, 한국 역시 대규모 인공지능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일까?

중요한 사실은 산업 발전은 수년간 수조원 수준으로 집행되는 정부 투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의무교육을 받은 노동자, 국가의 법과 문화, 사회에 누적된 다양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정부의 투자는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단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정인성 작가
챗지피티의 성공을 살펴보면 투자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학습은 정확도 높은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요구한다.
이로 인해 인터넷 내의 자료를 적당히 가공하여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미국의 장점이 하나 드러난다.
자유로운 인터넷이다.
미국의 인터넷 환경은 중국과 같은 검열이 없으며,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미국 인터넷의 인기 글은 정확하고 유용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선별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프로그래밍 분야이다.
미국에는 깃허브(GitHub),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IJ1]) 등 프로그래머들이 모이는 웹사이트가 있다.
개발자들은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나누다가 유용한 질문과 답변에는 추천을 누른다.
상업성으로 인한 왜곡이 적기 때문에, 추천이 높은 글을 취하여 학습에 사용하면 인공지능의 프로그래밍 능력은 향상된다.
챗지피티가 출시되자마자 유달리 프로그래밍 답변을 잘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프로그래밍이 어렵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보고 배울 만한 고수들의 글이 넘쳐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개발자들도 영어 잘하는 개발자가 정보 취득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개개인과 사회의 모험심과 창의성도 중요하다.
2010년 초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는 IBM이었다.
구글은 캐나다의 대학에서 IBM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인공지능을 개발했음을 파악하고, 캐나다 인력을 영입하여 인공지능 조직을 꾸렸다.
구글 인공지능은 압도적 성능을 보여주며 IBM으로부터 인공지능 왕관을 빼앗았다.
그리고 구글의 투자 덕분에 현재 챗지피티 등 대화형 인공지능의 핵심 구조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가 개발된다.
오픈AI는 트랜스포머 구조를 활용해 구글보다 300배 이상 거대한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상황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려 1.4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오픈AI에 투자한 것이다.
덕분에 인공지능 왕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탈환했다.

대규모 자본 투자는 성공을 위한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거대 포털의 영향력이 적은 인터넷은 2000년대 초반 구글이 창립된 뒤 자라나기 시작했고, 혁신의 시발점이었던 새로운 인공지능은 캐나다의 한 연구팀에서 싹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내의 인터넷 및 인공지능 개발환경과, 오픈AI 사내의 인재를 믿기에 큰돈을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1.5조원의 돈을 초라하게 보이게 할 정도로 귀중한 국가의 문화이자 자산이다.

인공지능은 세계 패권 다툼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를 따라잡기 위해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섣불리 K인공지능, K엔비디아 등을 단기 투자를 통해 이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
물 아래 가려진 90% 부분이 없으면, 우리가 만든 작은 얼음 조각은 유빙이 되어 사라지게 된다.
차분히 그들의 성공 비결을 공부해야 한다.
그 뒤에는 우리가 가진 인력과 국가 기간 산업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그 위에 우리만의 인공지능 일각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외풍에 휩쓸려가는 연약한 산업 대신 다음 100년을 책임질 든든한 신산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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