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민간경제를 성장의 주동력으로
2024년 8월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에 취임한 또럼(To Lam)은 최근 3월에 베트남 경제성장 전략에 관한 논설을 발표했다.
그 논설은 '사유(민간)경제 발전 - 번영한 베트남을 위한 지렛대'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베트남이 구매력평가지수로 세계 24위 경제 대국으로 성공한 데에 사유(민간)경제부문이 매우 중요하게 기여했다.
... ... 사유(민간)경제는 새로운 시대에 공업화, 현대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데 선두에 선 역량이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GDP에서 차지하는 민간경제부문의 비중을 2030년에 70%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럼 총비서는 이 논설을 통해 민간경제부문을 베트남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팜민찐 총리도 3월에 열린 제14차 공산당대회를 준비하는 경제사회소위원회 회의에서 “사유(민간)경제를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트남은 응우옌푸쫑 전임 총비서의 재임 시기까지 공식적으로는 국유경제부문이 국가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국유부문과 민간부문의 협력하에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또럼의 논설로써 베트남은 국가 경제에서 국유경제부문의 주도적 역할에 기반한 기존 정책의 변경을 표방했다고 판단된다.
그간 쩐딘티엔 전임 베트남사회과학원 베트남경제연구소장, 응우옌딘꿍 전임 기획투자부 중앙경제관리연구원장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베트남 경제학자들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민간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경제성장 전략의 변화가 향후 베트남 경제와 체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자못 궁금하다.
경제 전체에서 민간경제의 위상
베트남은 해외 투자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나라다.
세계 여러 기관에서 성장 전망이 좋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베트남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외국인직접투자에 많이 의존해 왔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수출의 70%를 담당하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개혁 초기부터 외국인투자 의존적 경제성장 전략을 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베트남 정책결정자들은 외국인투자 의존적 경제성장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국내 기업 육성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경제부문은 베트남 전체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나 그런 역할을 할 것인가?
최근 베트남의 소유부문별 GDP 점유 비중을 보면, 국유경제부문은 약 21%, 국내 민간경제부문은 50%, 외국인투자부문은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민간경제부문은 약 100만개의 등록 기업, 500만개의 개인 또는 가족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부문은 GDP의 51%, 국가재정의 30% 이상, 사회 전체 투자의 약 60%를 담당하며, 전체의 82%에 해당하는 400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민간기업 중 대기업은 아직 많지 않고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4년 베트남 대기업 순위를 보면, 타이응우옌 소재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페트로(원유가스) 베트남, 3위에 베트남 석유(Petrolimex Viet Nam), 4위에 빈(Vin) 그룹, 5위에 베트남 농업 및 농촌발전 은행이 올랐다.
상위 5위 안에 든 기업은 외국인투자기업 삼성, 베트남 민간기업 빈 그룹 외에 3개는 베트남 국영기업이었다.
대기업 순위 6위부터 10위에 오른 기업들의 면모를 보면, 6위에 베트남투자발전은행(BIDV), 7위에 군부에서 운영하는 통신회사 비엣텔, 8위에 베트남상공은행(Vietin Bank), 9위에 빈선(Binh Son) 정유화학회사, 10위에 베트남석탄광산회사가 올랐다.
모두 베트남 정부가 지분의 전부 또는 절반 이상을 보유한 국영기업이다.
대기업 순위 상위 10위 내에 든 베트남 민간기업은 빈 그룹이 유일하다.
요즘 ‘뜨는’ 베트남 민간기업들
베트남에서 민간기업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지만, 2010년대 이래 민간기업의 발전은 빠른 속도로 진행돼왔다.
이제는 재벌이라고 부를 정도의 민간기업도 눈에 띈다.
2024년 베트남 리포트(vnr500.com.vn)에 따르면, 빈(Vin) 그룹이 민간기업의 선두에 섰다.
이어 호아팟(Hoa Phat) 철강, 휴대폰, 랩탑 등 판매점으로 명성 있는 모바일 월드, VP(베트남 번영) 은행, 식품업계의 강자 마산(Masan)그룹이 차례로 5위까지 순위를 차지했다.
6위부터 10위까지 순위는 도지(Doji) 금은보석회사, 테크콤 뱅크, 쯔엉하이 오토(Thaco), 사콤(Sacom) 뱅크, 비나(Vina) 밀크가 차지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비엣젯 항공은 12위, FPT(Financing and Promoting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회사는 15위에 올랐다.
베트남 10대 민간기업 순위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순위는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

베트남 10대 민간기업 순위 [사진=vnr500.com.vn]
민간기업 육성 정책의 이해
또럼 총비서의 논설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사유(민간)경제는 새로운 시대에 공업화와 현대화를 실현할 선도적 역량으로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며, 문명화와 현대화된 사회 건설에 참여하고, 역동적이고 국제적으로 통합된 베트남 건설에 기여해야 하는” ‘책무’를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체제 개혁을 통해 민간기업들이 활동할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데 진력할 것을 천명했다.
이러한 천명은 그간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또럼의 논설처럼 민간경제를 선도적 경제부문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최근에 있는 일이다.
베트남은 그간 공식적으로는 국유경제부문을 국가 경제의 선도적 부문으로 인식하였고, 동시에 외국인투자부문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이번에 민간경제부문의 경제성장에서의 역할을 중시한 것은 국영기업 위주 성장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동시에 외국인투자부문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민간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 방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이해된다.
더불어 지도자들이 재벌급 민간기업의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어, 향후 베트남 민간 재벌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국내 민간기업을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성장과 국내경제부문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영기업을 도외시하거나 외국인투자기업에 제약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진 않는다.
민간기업의 육성과 민간경제부문의 성장을 중시하는 최근의 논설들로 볼 때, 베트남은 2026년 초에 개최 예정인 제14차 공산당대회에서 민간경제부문을 중심에 둔 경제발전전략을 채택할 듯하다.
이로써 베트남 사회주의 체제는 전보다 더 탈사회주의화에 속도를 가하게 될 것이다.
민간기업 육성의 과제와 협력
이러한 당면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민간기업을 육성하는 데 걸림돌도 적지 않다.
베트남 민간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지도자들은 이를 ‘강소’ 기업으로 육성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베트남의 기업들이 적정한 기술 수준을 갖추지 못해 외국인투자기업과의 협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부터 베트남 국내 기업으로의 기술이전도 늦은 편이다.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할 인센티브를 외국인투자기업에 제공해야 하는데, 베트남 정부가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1위 국가로서 동반 성장의 목표하에 이런 방안을 함께 찾는 데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베트남 수출의 70% 이상을 외국인투자기업이 담당하고 있기에, 베트남은 국내 기업의 수출 비중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육성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연관되어야 한다.
베트남은 2030년에 중간 이상의 중소득국, 2045년에 고소득국이 되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7% 정도의 GDP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집중하는 성장전략보다는 ‘강소’ 중소기업 육성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아주경제=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asia@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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