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성장하려면 결국 기술밖에 없습니다.
기술과 인력, 그게 전부입니다" 강승호 이온 대표의 말이다.
종합 전력 솔루션 기업인 이온이 어려웠던 시절, 내부에선 "연구개발(R&D) 조직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강 대표는 "R&D를 소홀히 하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봤다"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야 회사의 기틀을 잡았다"며 "앞으로도 R&D 투자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R&D 수호자' 강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이온 본사에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가 주최한 '2025년 제1차 이노비즈 PR-day'에 참석해 그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금부터 R&D에 더 투자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초석을 만들겠다"고 밝힌 그의 목소리에는 세계 UPS 시장의 글로벌 톱3 기업을 겨냥한 의지가 묻어났다.
이온은 2002년 창립한 이래 전력·전자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강소기업이다.
2023년 기준 임직원 93명, 매출 447억원 규모의 작은 기업이지만, 기술력만큼은 대기업 못지않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를 통합한 하이브리드(Hybrid) UPS '마르쉐(MARCHE)'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정전 시에는 UPS 기능으로 배터리 전력을 끊김이 없이 공급하고, 평상시에는 ESS 기능으로 피크(Peak) 전력을 제어한다.
UPS와 ESS를 각각 설치할 필요가 없어 설치 면적은 물론 초기 투자비, 전력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대표 제품인 '마르쉐 LM'은 전력 운영 효율이 최대 97.5%, '마르쉐 P'는 99.5%에 이른다.
일반 UPS가 94~9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온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6년 NEP(신제품), 2020년 NET(신기술 개발) 등 국가 인증을 확보했고, 2017년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돼 공공시장을 장악하던 외산 제품을 밀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정부의 전력계통영향평가와 지난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시장에서도 국산화를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나가 글로벌 톱 티어가 되겠다"고 했다.
"기존의 UPS 업체들은 R&D를 소홀히 했고, 품질도 떨어졌기 때문에 외면받았다고 생각한다" 강 대표는 R&D에 대한 확고한 경영 철학을 누누이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강조한 기술력은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졌다.
이온은 현재 기상청, 대법원, LG유플러스 등 다수의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300kVA 이상의 대형 UPS 시장에서 70~8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 대형 제품군에 대해선 경쟁자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온은 전체 인력의 59%가 기술직이며, 23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R&D 투자 규모는 전체 매출의 6% 수준에 달한다.
강 대표는 "중소기업 기준에서는 꽤 큰 R&D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온은 2021년 우수기업연구소(ATC+)로 지정됐으며, 특히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요건에 해당하는 기술평가등급 'T3'도 획득했다.
이는 비상장사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등급으로, 기술력·시장성·사업성 등을 종합해 높은 점수를 받아야 부여된다.
강 대표는 "기술 인력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임직원 복지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온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 원 수준으로, 별도의 성과급이 지급된다.
금연 수당, 경조사비, 단체 보험, 도서 구입비, 점심 식대, 자녀 대학 학자금, 건강검진 등 복지제도는 물론, 자유 복장, 사내 카페테리아, 개별 노트북 제공 등 쾌적한 근무 환경도 갖추고 있다.
그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과의 교류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온은 현재 글로벌 UPS 톱3 제조사인 슈나이더, 버티브, 이튼 외에도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경쟁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비용 절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도 확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생산량 확대와 제품 테스트를 위한 추가 사옥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향후 3년 내 매출 1500억원 달성과 코스닥 상장 역시 목표로 하고 있다.
강 대표는 "AI 혁신을 통한 인공지능 전환(AX) 시대로 접어들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필수적"이라며 "이온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종합 전력 솔루션 기업을 넘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 과정을 책임지는 '친환경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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