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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말과 교감해 아픈 곳 어루만지는 ‘약손’ [밀착취재]

렛츠런파크서울 말 동물병원

마취 주사를 놓은 얼마 뒤 500㎏이 넘는 거대한 몸집의 경주마 관악산스톰(3)이 바닥에 픽 쓰러진다.
마취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의료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악산스톰을 수술대 위에 옮기기 위해서 공사장에서나 볼 법한 크레인이 사용된다.
네 다리가 하늘로 향해서 무사히 수술대로 옮겨진다.
수의사는 마침내 관절경으로 수술 부위를 들여다보며 신속하게 뼛조각을 제거하고 골조직을 정리한다.
수술 준비 경주마 관악산스톰(3)이 관절경수술을 위해 렛츠런파크 서울 말 동물병원 수술실의 수술대로 옮겨지고 있다.
500㎏ 이상 무게의 말을 옮기는 일은 수술만큼이나 힘들다.
혹시 모를 돌발사고에 대비해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말 수의사들이 관절경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뼈끼리 부딪쳐 골편(작은 뼛조각) 골절이 발생해 우측 무릎 관절의 관절경 수술을 받게 된 경주마 관악산스톰의 수술현장에 동행했다.
수술 범위와 개체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수술은 마취에서 깨어나는 데까지 3~4시간가량 소요된다.
수술이 끝나면 입원 마방에 며칠간 입원시켜 관찰한다.
관악산스톰은 6개월 정도 휴양 기간을 거친 뒤에나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구 서울경마공원)의 말 동물병원에서는 비경마일(수·목·금)에 진료와 수술이 이뤄진다.
국내 최대 말 전문 동물병원인 이곳은 2차 동물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동물병원에서 간단한 진단 및 처치를 거친 환마들이 정밀검사나 전신마취 수술 등을 받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이다.

특히 6명의 말 진료 담당 수의사들이 1500마리의 말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토요일과 일요일, 경마가 열리는 날에는 따로 예약을 받지 않고 사고나 출발제외마(격렬한 몸짓으로 출발대 진입을 거부하는 경주마)의 진료 업무를 본다.
한국마사회 말 동물병원에 소속된 말 수의사 즉, 마의(馬醫)는 모두 40여명. 이들은 서울 1500마리, 부산·경남 1000마리, 장수 340마리, 제주 960마리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많은 수의 말들을 돌본다.
질병을 치료하고 진단하는 임상 분야와 검역과 예방, 연구와 교육 등 비임상 분야 업무도 맡고 있다.
진료를 위해 말 동물병원을 찾은 말이 1차 진단을 위한 보행검사를 하고 있다.
말 동물병원 입원 마방에서 수술 후 회복 중인 말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동물병원을 찾은 말이 지골에 간단한 시술을 받은 후 붕대를 감고 있다.
정밀 진단을 받기 전 진정제를 맞고 있는 환마.
한국마사회는 1965년까지 2명의 수의사에 의존한 기초적인 1차 진료만 시행해 왔다.
19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전문적인 수술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고, 수의사를 꾸준히 보강하며 말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말과 같은 큰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마의는 한국마사회 말 동물병원이라는 최전선에서 아픈 말을 치료해 말의 보건과 복지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말 수의사는 동물병원을 찾은 환마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평범하게 걷는 모습과 빠르게 걷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런 다음 손으로 만지거나 눌러보고, 관절을 굽혀보기도 한다.
25년차 임형호(53) 수의사는 “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말은 말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은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말할 수 있지만, 말은 동물이기 때문에 아픈 곳을 말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1차 진단을 마친 환마는 정밀 진단을 위해 방사선과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마주 등과 상의해 수술을 결정한다.
박수진 수의사가 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리를 접어보고 있다.
수의사들이 X레이 사진을 보며 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수의사들이 말 관절부위를 X레이 촬영하고 있다.
진료를 위해 말 동물병원을 찾은 말들이 이동하고 있다.
말 동물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한 경주마가 몸무게를 측정하고 있다.
경주마는 사람으로 따지면 육상선수와도 같다.
시속 60~70㎞의 속도로 달리는 각종 경주와, 힘든 훈련이 일상이다 보니 경주마들에게는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흔한 병이다.
산통(배앓이) 증상, 계절에 따라 콧물이나 기침 등의 호흡기 질환으로도 시달리곤 한다.

말 수의사는 고되고 힘든 직업이기도 하다.
진료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픈 말들이 육중한 몸을 움직여 돌발행동이라도 하면 사람에게는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4년차 박수진(31) 수의사의 이야기다.
입원 마방에 입원 중인 한 경주마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물릴 수 있습니다.
아파서 예민하니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는 안내문도 붙어있다.
말 동물병원 앞에서 박수진 수의사가 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말 동물병원에 ‘척추골의 구성’이 전시되어 있다.
치료받던 경주마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말과 최대한 교감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소통이 잘 안 되거나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같은 환경적인 자극으로 위험에 처할 경우도 있습니다.
말 동물병원에서 수술한 말이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책임감을 갖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과천=글·사진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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