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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콘클라베, 성과 속의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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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다.
교황을 국가 원수로 하는 바티칸의 작은 영토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질서로 재편된 근대 이후 축소된 교회의 위상을 드러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구상 그 어느 국가 못지않은 힘과 권위를 갖고 있다.
세속화된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신과 인간의 중재자라는 자격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공간. 그렇기에 더더욱 엿보고 싶은 관음증적 욕망을 자극하는 교황청의 깊숙한 내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그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우리에게 쥐여준다.
영화 ‘콘클라베’ 이야기이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2022)에서 세속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전쟁의 부조리, 무의미를 그토록 아프고 생생하게 보여준 감독이 어떻게 그 대척점에 있는 영적인 공간을 영화화하게 되었을까. 감독에 의하면 이 영화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한 2013년의 콘클라베를 보면서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그가 왜 콘클라베라는 사건에 주목했는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신과 인간을 중재하는 제사장을 선출하는 행위 역시 결국은 사람의 일이라는 것. 성스러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는 세속의 권력 투쟁과는 다른 질서에 의해 굴러갈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이곳 역시 치열한 권력 투쟁의 무대이다.
이 역시 인간 역사의 일부이다.
감독은 그 과정을 창의적인 스릴러 풍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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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는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 라틴어 ‘콘 클라비스(Con clavis)’에서 유래된 용어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을 지칭한다.
영화의 시작부에서 교황이 갑작스럽게 선종하고 전 세계 주교단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폐쇄된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무기한 투표가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관객은 콘클라베라는 사건 뒤에서 일어나는 배신과 탐욕. 권력 투쟁의 잔인한 드라마를 목격한다.
현실에서 들은 적 있는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고 이를 등장 인물들에게 대입하며 보기도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말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가장 확신에 찬 영적 지도자로 보이는 로렌스에게서조차 우리는 그의 내면에 깃든 욕망의 이중성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어쩌면 자신을 위한 고해성사일지 모른다.
영화는 전통적인 도시 바티칸의 이미지 위에 파시스트 시대의 대칭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덧입힌다.
빛과 어둠, 남성과 여성, 색채의 날카로운 대조 속에서 성과 속, 영성과 탐욕의 충돌이 도드라진다.
“콘클라베는 전쟁이다.
당신도 한쪽 편에 서야 한다”는 알도의 대사는 종교라는 외피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다.
성과 속이 오버랩된다.
부인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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