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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안타깝고 슬픈 피에타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애도하고 있다.
종교적 주제로는 ‘피에타’라 불리는데, 깊은 슬픔에 잠긴 마리아의 표정이 우리를 압도한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제작했고 베드로 성당 안에 있다.
미켈란젤로는 베드로 성당과 인연이 깊다.
르네상스가 한창인 1506년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건축가 브라만테에게 기독교계의 놀랄 만한 자랑거리가 될 새 교회당을 세우라는 명을 내렸다.
브라만테는 로마의 최대 건물인 콜로세움의 장대함과 판테온 신전의 위엄을 합친 교회당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브라만테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너무 많은 돈이 필요했고, 교회 안에서도 브라만테의 계획에 대한 반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브라만테는 건물 일부분만을 완성하고 죽었고, 그 뒤의 일을 맡아 오늘의 베드로 성당 모습으로 완성한 이가 미켈란젤로였다.
그가 전에 제작한 ‘피에타’도 성당 안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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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피에타’(1499년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에 르네상스 미술의 규범인 사실적인 묘사와 균형과 조화를 함께 이루려 했다.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의 표정과 축 처진 그리스도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
마리아의 구겨진 옷 주름이나 그리스도의 힘없이 늘어진 근육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을 보면,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구도도 강조됐다.
삼각형을 입체적으로 펼친 원뿔 형태로 안정감과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스도의 수평적인 선과 마리아의 수직적인 선을 교차시켜 중심축을 이뤘으며, 교차점이 관람자의 시선의 중심 방향이 되게 해서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도 체험하게 했다.
그림에서 원근법을 바탕으로 조화와 안정감을 주던 방식을 조각 작품에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1972년 정신 이상에 걸린 한 지질학자가 자신이 부활한 그리스도라고 외치면서 방망이로 작품을 내려쳐서 마리아의 코가 깨지고 팔이 부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 후 전문가들의 감정을 거쳐 복원됐고, 지금은 강화 유리 박스 안에 갇혀 있어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더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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