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엄소식에 놀라지 않아
진작에 일어날 일이 발생한 것”
극우세력 세계적 확산에 우려도
AI 통제력 상실에 경고 목소리
“현재 속도로 발전 지속 땐 위험”
“처음에 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했을 때, 진작에 일어날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에게 ‘북한에서?’라고 물었더니 남한이라는 답이 왔습니다.
그래도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
지난해 10월 국내 출간한 ‘넥서스’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20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계엄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시 자신은 인도에 머물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 |
유발 하라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신간 ‘넥서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에 따르면 군부가 탱크 등을 앞세워 권력을 새롭게 장악하는 쿠데타보다 집권 정부가 일으키는 쿠데타는 역사적으로 훨씬 잦고, 민주주의 사회에선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권력을 누릴 수 있기에 인물이나 정당이 권력을 돌려주기 싫으면 빈번히 법을 파괴하곤 한다.
그는 “독재자를 꿈꾸는 많은 지도자는 매뉴얼을 지니고 있다.
일단 언론을 파괴하고, 독립된 법원을 파괴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유언론과 독립적인 사법부가 없다면 선거는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북한이나 러시아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집권층의 부패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선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고, 정부를 견제하고 불상사를 예방하거나 중단시키기 위해선 사법부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전체주의 정권은 혐오와 긴장이 있어야 번성하고, 독재자는 공포를 통해 통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결국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서 피어난다.
시민 간 신뢰가 민주주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넥서스’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다룬 책이다.
친구인지 적인지 모를 AI 혁명을 다루며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조망했다.
그는 현재의 속도로 AI가 발전한다면 인간이 기술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행위 주체자로서 스스로 생각해 답을 내는 AI가 인류가 최초로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런데도 각국이 이처럼 위험한 기술 개발에 서두르는 것에 대해 “같은 인간은 못 믿지만, 외계인 같은 지능을 갖춘 AI는 믿는 ‘신뢰의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며 “일단 인간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가 만든 정보가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의 사실 확인과 ‘게이트 키핑’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태어난 AI를 학습시키고 교육한다면, 우리가 그렇게 태어난 AI를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 속에서 AI가 탄생한다면, 그 AI를 신뢰할 수는 없을 겁니다.
”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