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기상의 날, 전 세계는 신뢰와 협력 속에서 탄생한 기상협력체계를 축하하고, 기상 과학의 발전을 넘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국제 공조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WMO에서는 매년 전 세계가 다 같이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담은 주제를 선정한다.
올해 세계기상의 날의 주제는 ‘Closing the early warning gap together’, 우리말로는 ‘조기 경보 격차 함께 줄이기’이다.
‘조기 경보’란 위험한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개인, 지역, 사회, 정부 등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적시에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위험 모니터링, 예보·예측, 재해위험평가 등의 통합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면 조기 경보에 격차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조기 경보 격차는 지역, 기술 수준,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재해 정보가 전달되고 활용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위험보고서 2025’에 의하면 극한 기상현상으로 인한 비용이 지난 50년간 약 77% 증가했으며,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그 영향이 가장 컸다.
이는 조기 경보 격차의 현실과, 이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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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
기후위기가 개인이나 단체, 몇몇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인 과제인 것처럼, 조기 경보의 격차도 해당 국가나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
높은 기술력을 지닌 국가에서 기술력이 부족한 국가들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조기 경보 격차를 줄일 방법을 세계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에 국제사회는 조기 경보의 격차를 줄여 기상재해 위험에 대비하고 기후위기로부터 누구도 안전한 일상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WMO와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글로벌 조기 경보 시스템 재정지원 추적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조기 경보 시스템 관련 투자 추적을 통해 재정 흐름을 제공하고 이해관계자로 하여금 재정 격차를 식별해, 중복 투자를 방지하며 자원이 이를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해 정밀한 기상예보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국내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더불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조기 경보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등 개발도상국에 자동기상관측장비, 태풍 감시·예측 시스템과 같은 맞춤형 기상재해대응 시스템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조기 경보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세계기상의 날을 맞아 ‘함께’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모든 사람이 기상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상정보의 격차가 생명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상청 또한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 국민과 인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가 함께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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