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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는 왜 푸틴에 양보하려는 걸까

지난달 백악관 공개 설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섰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수용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미국의 무조건 정전(停戰) 요구에 사실상 굴복했다.
빼앗긴 영토 회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미국의 안전보장을 요구하며 버텼지만 하나도 받아내지 못하고 트럼프에 백기 투항했다.
트럼프는 왜 우크라이나의 국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러시아에 양보하려는 것일까? 트럼프는 머릿속에서 어떤 전략적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지난 두 달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행보를 보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러시아를 미국의 우군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중립화하려는 이른바 ‘역(逆)키신저’ 전략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로 전락했다.
경제제재를 풀어서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 중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거래’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의 이른바 ‘무제한 파트너십(partnership without limits)’과 반미 공동전선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1970년대 초 중국에 접근하여 냉전기 미·소 간 전략 균형을 일거에 바꿔버렸다.
이번엔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이다.
유럽의 안보는 이제 유럽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최근 언급은 이런 전략적 사고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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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다른 하나는 세계경찰 역할을 하던 기존 패권 유지 전략에서 탈피, 중·러 등과 적당한 거래를 통해 지정학적 이익을 주고받는 강대국 중심의 세력균형 전략이다.
파나마운하 회수, 캐나다 병합, 그린란드 매입 등 발언은 트럼프가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푸틴과의 타협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인정하는 트럼프의 세력균형 전략일 수 있고, 동아시아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대만, 남중국해 등 지정학적 이슈를 두고 시진핑과 정치적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진핑은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모두 포용할 만큼 넓다”며 대만, 남중국해 등에 대한 중국의 ‘핵심이익’을 인정해 달라고 미국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만약 트럼프가 이에 호응하여 중국과 지정학적 거래를 통해 대중 관계를 관리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려 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지 동아시아에 미·중 담합체제 즉 ‘G2’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를 히틀러에게 넘겨주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는 도리어 히틀러의 침략 야욕만 부추긴 크나큰 오산이었다.
반면, 닉슨은 국경분쟁과 이념 갈등으로 틀어진 중·소 간 틈을 전략적으로 비집고 들어가 냉전 해체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트럼프의 지정학적 도박이 히틀러를 달래려다 오히려 화를 키운 체임벌린 ‘유화정책’의 재연이 될지, 반중연합 구축을 위한 정교한 ‘역키신저’ 전략의 초석이 될지, 아니면 강대국 권력정치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은 대단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정학적 균형추의 급격한 변동이 앞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지정학적 파고가 되어 몰아닥칠 것은 확실하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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