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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의플랫폼정부] ‘시스템으로서의 정부’에 주목하자

국정 리더십 공백에도 행정은 정상 작동
그동안 진행된 전자정부·디지털전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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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숨 가쁘게 전개되는 불확실한 국정 공백 상황에도 정부는 말없이 돌아가는 듯하다.
굵직한 정책현안은 차치하더라도 일상적 행정이 멈추어 서지 않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사람 중심의 행정에서 시스템 중심의 행정체계로 점차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스템으로서의 정부’는 정치적 기관으로서 정부의 기능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작동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정부를 이해하는 접근이다.

행정학자들이 정치와 행정의 관계를 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정치와 행정은 독립적이며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정치행정이원론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와 행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는 정치행정일원론이다.
전자가 행정의 효율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에 후자는 정치성을 함께 고려하는 시각이다.
정치행정이원론이 빛을 잃은 지는 오래됐다.
그렇다고 정치와 행정은 한 몸이라는 주장도 정답이 아니다.
상호 연관성이 있더라도 정치는 정치가 할 일이 있듯이 행정은 행정이 수행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 핵심은 바로 만들어진 정책이나 사업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실패 원인으로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진단에 하나를 추가하면 설명력이 한층 높아지는데, 정책 집행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때 국가의 실패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정부 부처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행정 전 과정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가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지향해야 할 가치, 작동하는 원리와 원칙 등이 자의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체계적인 프로토콜로 내재화해야 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들인 레비츠키와 지블랫이 민주주의를 밑받침하는 원칙과 가치가 무너질 때 민주주의의 위기가 온다고 말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에 의해 인위적이며 자의적으로 행정의 기본 원칙, 과정과 실행 장치들이 멈추고 망가지며 변경될 때 정부는 무능해지고 고통은 국민 몫이 된다.

그나마 현재의 정부가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진화되어 온 전자정부 추진과 디지털 전환으로 대국민 행정서비스 전달체계가 어느 정도 시스템화한 덕분이다.
불확실한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정교한 시스템으로서 행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정부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내부의 긴밀한 연결과 협업을 일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가 하나의 시스템이 되려면 내부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정밀하게 이음새 없이 연결되는 것이 필수이다.
여전히 굳건한 칸막이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정부 부처들과 기관들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향후 범용인공지능(AGI)과 휴머노이드의 빠른 상용화는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가속할 것이며, 정부의 일하는 방식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람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자율적 시스템으로서의 행정이 활성화하고 일상화하는 것은 먼 상상이 아니다.
시스템이 감시와 통제 메커니즘으로 변질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하되, 정치적 격변에 따른 국정 공백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정부 구축에 게을리할 이유가 없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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