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 말 공장 재매입 여부 결정
삼성·LG, 현지공장 가동 재개에 촉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로 복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특혜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복귀 기업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며 “돌아오고자 하는 기업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기업들이 일부 외국 기업과 비공개로 복귀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협상 파트너의 시장 복귀는 그들의 기업과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별한 혜택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푸틴 대통령은 떠난 기업들의 자리는 이미 러시아 기업들이 채웠다고 지적하면서 “복귀하는 기업들에게 특별한 이점은 제공하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틀 내에서만 제공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미국과 에너지 협력을 합의할 수 있다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시장을 떠났던 글로벌 기업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사업을 중단한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도 동향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전쟁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자동차·가전·조선 등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국내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사업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이전 위치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 12월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1만루블(당시 14만원 상당) 매각하며 현지에서 철수한 바 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 1년 9개월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신 현대차는 완전한 철수가 아닌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을 매각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대차는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2010년 6번째 해외 생산거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 이듬해인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 |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 해외수출용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이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됐고, 회사는 2020년에는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인수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생산 규모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 기준 23만4000대까지 늘었다.
또 같은 해 기아와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외국차 브랜드 1, 2위에 올랐다.
러시아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러시아 제재 해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모스코바 인근에 칼루가 공장을 세우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했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고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그해 3월 부품 수급 등을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도 2019년 말까지 루자공장과 러시아 법인 운영에 4억9300만달러(약 7090억원)의 누적 투자를 집행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2022년 3월 중순부터 러시아 시장으로의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그해 8월 공장 가동을 멈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는 가전제품 대부분을 한국,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 내 가전제품 매출 중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한다.
러시아 유력 시장조사업체인 온라인 마켓 인텔리전스(OMI)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가장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LG전자도 상위권에 있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대(對)러시아 제재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중국, 튀르키예 등 우호국의 수입이 대폭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대폭 떨어졌다.
2023년 기준 러시아 가전 시장에서 중국, 튀르키예, 벨라루스 기업의 점유율이 40% 이상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도 종전 후 제재가 풀리더라도 한국 기업이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