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주도 하수처리장 인근 마을에서 호흡기 질환 중증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해당 마을 거주민 상당수가 폐암과 후두암을 비롯해 천식 등의 질환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14일 제주도와 제주하수처리장 인근 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제주하수처리장 인근에 위치한 S마을 주민 30명 중 10명이 중증질환으로 사망했거나 투병 중이다.
S마을 회장 L(53)씨는 “현재 마을은 원주민 20여명, 이주민 10여명 등 30여명이 거주하는데, 지난 10여년 동안 10명의 중증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명은 사망했다”며 “주로 원주민에게 중증질환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L씨는 “중증질환 병명은 후두암, 폐암, 천식 등이었고, 특정한 패턴 없이 집에 오래 머무는 노인과 주부들에게 발생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개인정보로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민 피해 등의 심각성이 전해지면서 제주도의회가 실태 파악에 나섰다.
도의회 조사 결과, 탈취기 사용 약품이 독극물이었다는 판단과 함께 약품이 대기와 바다에 노출될 경우 바다생물은 물론 해녀 등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하수처리장 탈취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435회 임시회에서 탈취기에 사용되는 약품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독가스 원료로, 유해 물질이라는 점을 들며 제주도에 대책 강구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탈취기에 사용하는 화학약품은 100배로 희석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답변했다.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운영되는 탈취기 약품은 수산화나트룸(가성) 4.5%와 차아염소산나트륨(차염) 12%로 원액과 비교해 저농도 약품을 사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락스 원료로 강력한 살균 및 표백 효과 때문에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각에선 차아염소산나트륨과 염산이 결합하면 화학 독가스가 발생하지만, 탈취기에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두 약품이 결합할 확률은 거의 없어 과도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제주하수처리장에 지난 2020~2024년 5년간 탈취기 약품 사용량을 확인한 결과, 연간 적게는 410t부터 많게는 709t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2023년 3년 동안 수산화나트륨은 하루평균 1.1t, 차아염소산나트륨은 0.8t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 다른 시·도 탈취기 약품 사용량과 비교할 때 2~3배 과다 사용한 것이다.
화공약품 업계 관계자는 “화학약품은 적정량을 사용하면 유익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두 개 이상의 물질이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안전한 관리와 적정량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수처리장 관계자는 “밀폐식이 아닌 개방형 하수처리 구조로 소화조 처리 과정에서 악취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양의 약품을 투입시켰다”며 “지난해부터는 소화조 공정을 없애 약품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피해 마을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돼 탈취기 배출구의 냄새를 포집, 유해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며 “안전성 등의 분석 결과는 이르면 5월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악취제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집에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현대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모든 하수공정은 지하화되고, 모든 시설이 하수처리장 내 건물 안으로 들어와 13중 격벽으로 차단되는 만큼 악취제거가 지금보다 훨씬 용이해진다”며 “하수 악취는 현대화 공사가 완료되면 완전히 해소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와 제주도는 피해 마을과 탈취기 주변 공기를 포집, 유해성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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