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SpaceX) 회장 엘론 머스크가 합류했다.
미 대선이 끝난 작년 11월에 정부 내각을 구상하는 트럼프는 그를 정부효율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으로 우선 내정했다.
취임 이후 동 위원회를 정부효율부(DOGE)로 개정했으나 장관직에 머스크를 임명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해서 그를 ‘실질적인’ 수장이라고 공공연하게 지칭했다.
아무튼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에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백악관에서 그의 존재를 더욱 궁금해 한다.
트럼프가 1기(2017~2021년) 때 보여준 전략 행보에서 이를 가늠할 수 있겠다.
특히 우주정치학(astropoltics)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트럼프는 2017년에 아르테미스 사업 계획을 소개한 장본인이다.
이를 관철하기 위한 그의 의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다.
1기 때 그는 7건의 우주 정책 지침(Space Policy Directive)을 발표했다.
특히 첫 번째 지침은 달 탐사와 개발에 우선 집중하고 이후 화성에 진출하는 계획을 알렸다.
우주전에 대비하여 그는 2002년에 폐지한 우주사령부를 2019년에 부활시켰다.
그리고 4개월 뒤 예하 부대로 우주군을 창설했다.
이처럼 트럼프는 달 탐사와 개발에 진심이다.
그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발표 당시 기준으로 10년 내에 우주정거장에 인간을 상주시키고, 2030년대에 이 우주정거장을 화성의 전초 기지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2025년까지 930억 달러의 예산도 책정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아르테미스 사업을 계승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우주 사업, 특히 달 탐사 사업은 주력 사업 중 하나다.
여기에 스페이스X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미 우주항공청(NASA)과 경쟁 관계지만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도 협력 중이다.
더욱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가 진가를 발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령,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이르핀시(市)의 인터넷이 모두 중단되었으나 스페이스X의 도움으로 즉각 복원되었다.
스페이스X는 이 도시에 스타링크 고속 터미널(Starlink high-speed terminal)을 대거 투입했고, 이들 터미널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과 인터넷을 연결해 줬다.
이후 1만개 넘는 스타링크 고속 터미널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배치했다.
러시아가 스타링크 터미널과 위성 간 전파방해를 시도했으나 스페이스X는 이를 피했다.
이처럼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터미널과 위성의 성능이 현대 전자전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트럼프의 원대한 우주 사업의 꿈에서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 까닭에는 중국과의 경쟁도 한몫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지구를 초월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 한다.
우주를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는 신념이 미국 핵심 권력 집단과 의사결정자들 사이에서도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팀 마셜(Tim Marshall)의 저서 ‘미래의 지리학(The Future of Geography)’에서 잘 담아내고 있다.
미래 패권이 우주에 잠재하는 이유는 우주가 무질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선점하는 자가 미래를 선점할 것이라는 논리가 복선에 깔리는 이유다.
따라서 우주 질서를 주도적이고 선도적으로 확립하는 자가 우주 패권을 거머쥔다는 뜻이다.
현재 우주 질서는 유엔의 우주조약(1967년), 우주 구조 및 귀환 협정(1968년), 우주 책임 협약(1972년), 우주 등록 협약(1976년), 달 협약(1984년) 등 5개 조약에 근거한다.
그러나 오래전에 체결된 것들이라 오늘날의 우주 선진국의 우주 비행 기술 및 탐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왕성한 우주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나 우주 생태계와 우주국의 주권 및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선진국은 법과 질서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우주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구현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주 생태계와 관련하여 이를 보호하고 보전하려는 이타적인 노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주 생태계가 위협에 처해 있을 정도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다.
이의 비근한 예로 지구로 낙하하는 우주 쓰레기들을 꼽을 수 있다.
NASA에 따르면 지름 10㎝ 이상인 우주 쓰레기는 약 2만7000개, 지름 1~10㎝인 우주 쓰레기는 약 50만개, 지름 1㎜ 이상은 약 100만개가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더 많은 인공위성이 발사될 것이다.
2023년 기준 4900개의 인공위성이 운항 중이다.
이 중 미국이 3000개, 중국이 500개 정도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2028년까지 100개의 조기경보위성을 갖출 계획이다.
더불어 민간기업의 위성 발사 계획도 우주 질서의 조기 확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령, 스페이스X는 4만개를 더 발사할 계획이다.
스타트업기업 아스트라는 1만3600개의 위성 발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아마존도 3200개를 계획 중이다.
여기에 중국도 2030년까지 약 1000개를 목표로 2019년부터 연평균 70여 개의 인공위성을 발사 중이다.
이 밖에 많은 우주 중견국과 후발 주자들도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최소한 5만개에서 최대 25만개의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비행할 것이다.
이는 가히 우주 질서의 수립이 시급함을 방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계가 우주 경쟁에 적극 참여하는 데는 공통된 동기와 목적이 있다.
우선, 다양한 자원의 이유 때문이다.
이의 채굴과 생산 능력에 대한 기술적 문제는 별개다.
최소한 이론적으로 우주의 경제적 가치는 지구에서 볼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목성 사이에는 1만개 이상의 소행성이 공전한다.
소행성에 매장된 자원은 카본·아연·코발트·백금·황금·은·티타늄 등 다양하고 풍부하다.
달에는 실리콘, 티타늄, 희토류, 알루미늄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상당한 에너지 자원도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에너지 자원은 헬륨-3이다.
지구에도 헬륨이 풍부하게 존재하나 함유량의 대부분이 헬륨-4이다.
지구의 헬륨에서 헬륨-3의 비중은 0.0001%에 불과하다.
오늘날 그램당 1만7000달러 고가에 거래되는 이유다.
달에서는 헬륨-3을 표면에서 채취할 수 있다.
헬륨-3의 자원 가치는 핵융합(nuclear fusion)보다 더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방사능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점에 있다.
중국의 달 과학자 어우양쯔위안에 따르면 1년에 세 번만 채취해도 전 인류가 쓰고도 남는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는 이것이 현실화되면 인류가 1만년 동안 에너지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장담한다.
둘째, 태양광 발전 때문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공급이다.
지구~달 영역에 태양열을 농축하는 우주발전소를 건설해 지구에 레이저빔으로 송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받는 태양열은 지구에서 태양광 패널로 받는 것보다 35~70%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2100년이면 70테라와트의 전력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332테라와트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셋째, 부가 산업의 발전 효과 때문이다.
한 예만 들자면 3D프린터기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자원 개발을 위한 장비와 설비를 우주선으로 실어나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게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원(전력), 물 등을 확보할 수 있으면 이러한 장비와 설비를 우주에서 3D프린터기로 제작·생산할 수 있다.
이를 선도하는 나라는 현재 일본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 바이오(생물학) 산업이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기가 더 수월해 인체의 장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가 산업 때문에 미국에는 우주 관련 스타트업 기업이 약 5000개, 중국에는 약 1000개 있다.
마지막으로 군사적인 이유 때문이다.
현대전은 전자전, 정보전, 무인전 등이 될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런 전쟁 방식에서 핵심은 인공위성을 수호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지구에서 우주의 위성을 맞히는 위성공격무기(ASAT)를 각각 1959년, 2007년과 2021년에 갖췄다.
즉, 상공 860㎞ 이상에서 시속 3만6000㎞로 비행 중인 물체를 요격하는 능력을 뜻한다.
더불어 이들은 레이저 무기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야말로 미래 무기의 샛별로 부상하면서 핵무기보다 더 강력하나 저렴한 무기로 각광받는다.
미 해군은 2014년부터 다양한 레이저 무기를 가지고 있다.
2022년에는 고속의 크루즈 미사일을 강력 전기 에너지 레이저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사령부가 무인기 X-37B를 2년 동안 우주에서 비행시키면서 6차례 레이저 요격 시험을 단행한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동안 우주 중견국과 후발 주자 나라도 우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들 나라 중 우리와 협력이 가능한 나라로 프랑스, 영국, 독일, 호주,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이 있겠다.
후발 주자로서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겠다.
앞으로 우주 산업의 발달이야말로 우리의 국방력 강화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현대전은 정보전이고 위성전이다.
이제는 전쟁 징후를 국경 지역에 집결하는 병력의 움직임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인공위성의 동향으로 파악한다.
즉, 적국의 위성이 자국의 통신위성, 정찰 위성, 군사위성 등 어느 것에 접근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정찰 위성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동맹의 정보 제공에 의존해야 한다.
현대전에서 치명적인 결핍 사유다.
객관적으로 상황 판단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 없이 외부에 의존하면 제공자가 동맹이라도 호도나 기만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일례로, 프랑스가 2003년 이라크전을 반대한 이유도 자신의 정찰 위성으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핵위협에 노출된 우리는 반드시 이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
더 나아가 핵억지력 강화를 위해 핵자강론이 대안으로 대두되나 이보다 더 효과적인 억지력은 레이저 무기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군사적으로 더 막강하고 정확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레이저 무기를 배치할 경우 군사 전략적으로 우리에게 상당히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아주경제=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jwc@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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