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유보통합, 무엇이 달라지나
하루 2시간 수업준비·행정업무 집중
부담 줄어 자연스레 질적 향상 기대
단순한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넘어
장점만 합친 ‘제3의 기관’ 조성 목표
교사 대 아동비율 줄자 관심·소통 늘어
4∼7시 연장 과정엔 전담교사도 배치
다른 기관과 정보교류 움직임도 확산
당국, 통합과정서 교사 확대 주력 방침
1일 오후 찾은 충남 아산의 룸비니글로벌유치원에선 교사들의 회의가 한창이었다.
교무실의 큰 탁자에 둘러앉은 교사들은 다가올 발표회와 관련해 각 반 상황을 공유하고, 합창곡을 어떤 것으로 할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교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들은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거나 유인물을 정리하는 등 각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들이 바쁘게 일하는 동안 복도 건너 교실에선 간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정분 원장은 “오후 1시부터는 방과후반 교사들이 아이들을 맡는다”며 “담임교사들은 오후에 이곳에서 각자 두 시간 정도 수업 준비·연구 시간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 1일 충남 아산시 룸비니글로벌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원장실에 모여 행사 준비 등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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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매일 이렇게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두 달 전 충남도교육청의 유보통합 시범기관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기존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쯤까지 교실에서 아이들과 머물러야 했지만, 9월부터 방과후반 교사들이 지원돼 오후에 준비물 구입 등 수업 준비, 알림장 작성 등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정신없이 처리하거나 퇴근 시간을 넘겨서 했던 일들이다.
능숙한 손길로 아이들에게 나눠줄 유인물을 한 장씩 파일에 넣던 김순하 교사는 “예전엔 유인물도 교실에서 정리해야 해서 눈은 아이들을 보면서 유인물을 접곤 했다”며 웃었다.
바쁜 일과 중 수업 준비와 행정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2시간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크게 낮췄다.
그리고 이런 교사의 부담 경감은 자연스레 교육·돌봄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교육부가 기대하는 유보통합 기관 모습 중 하나다.
◆오후 연구·소통시간 확보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것으로, 정부의 목표는 ‘상향 평준화’다.
단순히 두 기관을 합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의 장점을 합친 ‘제3의 기관’(가칭 영유아학교)을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교사 추가 배치는 영유아 교육·보육 질 제고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룸비니글로벌유치원에도 시범기관이 되면서 오전과 오후에 추가 교사가 투입됐다.
교사 인건비는 교육청에서 부담한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돼 업무가 크게 경감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미선 교사는 “예전에 오후 3시 넘어서까지 아이들과 교실에 머물다 하원 시키고 청소 등을 하다 보면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지금은 보다 충실한 수업 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퇴근 시간은 오후 5시30분이지만, 예전엔 학부모 상담 등 밀린 업무를 하다 보면 연장근무가 다반사였다.
교사들은 “이전에는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 주 1∼2회에 그쳤다.
큰 행사가 있을 땐 한 달 내내 늦게 들어가기도 했다”며 “지금은 정시 퇴근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오후 시간 한자리에 모이면서 자연스레 교사 간 소통도 늘었다.
이 유치원에는 만 3∼5세 연령별로 반이 2개씩 있는데, 이전에는 같은 연령 반 교사들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서로 아이들의 발달상황 등을 공유한다.
김향미 교사는 “수업을 하다 보면 한계가 느껴질 때도 있는데 다른 교사들과 힘든 점을 이야기하며 서로 보완해주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의 소통도 늘었다.
박영수 교사는 “예전엔 학부모 알림장을 일과시간 중 짬을 내 썼지만 이제 오후에 여유 있게 적을 수 있어서 전보다 자세하게 쓰고 아이들 사진도 많이 올린다”며 “학부모들도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이런 소통은 유치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사들은 시범기관 선정을 계기로 충남 지역 다른 유치원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아이들·학부모와 소통 늘어
인원이 많은 만 3·5세 반은 시범사업으로 오전에도 지원교사가 1명씩 투입됐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교사 1명이 15명(만 3세 반), 22명(만 5세 반)을 맡았지만, 현재는 만 3세 반은 7.5명, 만 5세 반은 11명으로 줄었다.
교사가 늘어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순하 교사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말을 할 때도 있는데 교사가 두 명이니 아이들 말에 더 귀 기울여줄 수 있고 상호작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안전사고 위험이 줄어든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박미선 교사는 “예전엔 화장실에 가는 아이의 뒤처리를 해주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잠시 기다려야 해서 불안할 때도 있었고, 교사들은 아예 화장실에 안 가고 참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젠 지켜보는 눈이 한명 더 늘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사립기관이다 보니 예전엔 예산 문제로 교사 추가 채용이 힘들었는데 추가 교사가 지원돼 교사는 물론 아이와 학부모들도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교사들이 원장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오후 전담교사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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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대 아동 비율 줄일 것”
교육부는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유보통합 과정에서 교사 수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기준 전국 유치원의 교사 1인당 아동 수는 만 3세 14.5명, 만 4세 18.1명, 만 5세 19.6명이다.
어린이집을 합산한 만 3∼5세 기관의 교사 1인당 평균 아동 수는 12명인데, 교육부는 유보통합으로 이 비율을 ‘1대8’까지 줄인다는 목표다.
우선 룸비니글로벌유치원처럼 △3세 반 1대13 △4세 반 1대16 △5세 반 1대18을 초과하는 학급에 추가 교사를 지원하는 식으로 교사당 유아 비율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연장과정 전담교사도 배치한다.
대구 숙천유치원의 경우 시범기관 선정 뒤 매일 오후 4∼7시 돌봄을 맡는 연장과정 전담교사가 투입됐다.
기존에는 교사 10명 중 매일 2명이 오후 7시까지 남아있었지만, 전담교사 추가 후에는 1명만 남고 있다.
교사 입장에선 당직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도선미 원감은 “교사들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 오후 7시까지 남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저녁 시간 돌봄 인력이 지원돼 교사들의 피로도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대 영유아 수 비율 개선은 현장 요구가 많았던 과제로, 교사가 늘면 교사와 영유아 간 상호작용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교사가 교육·보육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며 “시범운영을 거쳐 통합모델에서도 문제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산=글·사진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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