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핸드볼 제외 구기 종목 전멸
女비치발리볼·男농구 봐도 응원 못해
4년 뒤 LA대회선 출전 종목 수 늘길
그야말로 파리 한여름 밤의 낭만을 모두 삼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 특설 경기장에서는 브라질과 캐나다의 파리 올림픽 비치발리볼 여자 결승이 열렸습니다.
한국 경기도 아닌데, 그것도 밤 10시30분에 열리는 경기를 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억울해서요. 우선 파리에 온 지도 2주가 넘었는데도 일에 치여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멀리서 에펠탑은 본 적은 있었지만, 그 앞에 가서 보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에펠탑행 미디어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몽마르트르 언덕이니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성당은 못 봐도 에펠탑만큼은 직접 가까이에서 봐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 캐나다 멜리사 후마나 파레데스(왼쪽)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아래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여자부 결승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파리=신화연합뉴스 |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조명이 켜진 에펠탑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래에 만들어진 비치발리볼을 위한 특설 경기장. 에펠탑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덕에 마치 해변에서 경기가 열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센강에서 불어오는 적당한 강바람, 여전히 파리의 낮은 뜨겁지만 밤은 시원해 8월 초임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기분까지 들더군요.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의 열렬한 응원과 신나는 음악까지 마치 거대한 야외 클럽에 온 느낌도 들었습니다.
파리 한여름 밤의 낭만에 잘 어울리는 한 장면에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릴 정도였으니까요.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노트북도 없이 무심코 경기를 지켜볼 수 있어 흐뭇한 데도 마음 한켠에는 묘한 씁쓸함이 남더군요. 이 감정이 대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바로 파리에 와서 무수한 경기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구기 종목에 대한 갈증이었나 봅니다.
‘드림팀’을 보겠다고 남자 농구 경기를 봤음에도 그 목마름은 컸습니다.
아마도 한국 선수들의 구기 종목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이번 파리에서 한국의 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을 제외하면 전멸이었습니다.
그래서 응원하며 본 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조별예선 1경기가 전부였습니다.
양궁이나 펜싱, 태권도도 물론 재밌습니다.
그러나 예선부터 결승까지가 하루 안에 다 펼쳐지는 그 종목들과는 달리 올림픽 기간 내내 조별예선을 거쳐 8강, 4강, 결승을 거치며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구기 종목의 매력은 분명 다릅니다.
그런 게 그리웠나 봅니다.
이 감정을 한 타사 기자에게 얘기했더니 자기도 그런 비슷한 마음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현장에 제가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한국 구기 종목이 4년간 분발해서 4년 뒤 LA행 티켓은 많이 따내 수많은 한국 교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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