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미국 주도의 한반도 확장억제 노력이 후퇴하며 결국 한국의 자체 핵무장까지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26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보다 아시아 정책에 있어 한층 끔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아시아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차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오산"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등 미국의 긴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들은 트럼프 2기가 새로운 도전이라는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고 꼬집었다.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을 파트너가 아닌 통상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 독재자들과 관계를 돈독히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1기 집권 당시에도 확인됐던 장면이지만 당시와 상황이 달라지면서 동맹국들에겐 한층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푸틴,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이 가져오는 국제적 주목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온 한반도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비롯한 동맹 강화 등이 트럼프 2기에선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된다.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이 (비용) 전액을 부담하지 않는 한 거의 확실히 미군의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며 "동맹 구조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가장 근본적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한반도를 꼽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증대하는 도발에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는 대신 미국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핵실험 중단 협상을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제한된 핵분열 물질을 포기하거나 1세대 핵을 폐기하는 등 중요하지는 않지만 가시적인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손쉬운 승리를 사랑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고엔 손대지 않은 채 북핵 위협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주한미군 철수 등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차 석좌는 "이 같은 시나리오는 거의 확실하게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자체 핵 개발에 나선다면, 이는 중국과 북한에는 선제공격의 위험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미얀마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에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