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동맹국인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에 관련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엘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네덜란드와 일본을 방문해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AI용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추가 반도체 규제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범용 반도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HBM 등 AI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뒤처진다.
이에 따라 미국은 미·중 첨단기술 패권경쟁의 핵심인 AI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초기 기술 상용화 이전 단계부터 기술 발전을 규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양쯔메모리(YMTC), 화웨이, CXMT(창신메모리) 등이 HBM을 개발 중이다.
미국은 HBM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ASML, 도쿄 일렉트론 장비의 중국 수출 제한을 통해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을 통제한다는 계획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AI 반도체 구동 지원의 핵심 요소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선두주자다.

현재 ASML과 도쿄 일렉트론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은 제한하고 있지만, 이미 수출한 장비에 대한 서비스는 계속 제공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ASML과 도쿄 일렉트론에 이미 판매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 또한 제한하라는 요구를 해 왔는데, 에스테베즈 차관은 이번 네덜란드, 일본 방문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는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한 서비스 제한 요구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10월 시행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 조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양국은 오는 11월 미 대선 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지켜본 후 입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과 협력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12일 "미국은 AI와 관련해 중국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며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말과 행동이 다른 미국의 거짓된 면모를 드러낸다"고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