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은 이장우. 사진=김태윤 기자"아직도 너무 떨려요." 설 연휴를 앞둔 어느 날,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와인바 '에뚜아르'에서 뮤지컬 '레베카'의 막심 역을 맡은 이장우를 만났다.
드라마나 무대 위에서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도 아니고, 예능에서의 발랄한 얼굴도 아닌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내뱉은 첫마디는 '떨린다'였다.
뮤지컬 도전 두 번째 만에 '레베카'라는 커다란 산에 오른 이장우는 영락없는 뮤지컬 신인의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레베카'는 대저택 맨덜리를 배경으로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 욕망을 그린 뮤지컬이다.
이장우가 연기하는 '막심 드 윈터'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명성을 자랑하는 맨덜리 저택을 소유한 최상류층 신사로, 아내 레베카와 사별한 이후 극도의 예민함을 갖게 된 인물이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은 이장우. 사진=김태윤 기자이장우는 2020년 '영웅본색'으로 처음 뮤지컬 데뷔를 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조기폐막했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은 '레베카'였다.
이장우는 목소리 톤이나 나이대, 매체에서도 주로 맡아왔던 '부잣집 도련님' 역할 등의 요소를 보고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공연의 규모, 시즌을 거듭되며 커지는 관객의 사랑, 내로라하는 캐스팅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그에게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영웅본색'은 워낙 아는 형도 많이 있고 부담감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부담이 되고 아직도 공연 전날 떨려요. 공연 날에도 매일 차 안에서 넘버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보고, 대사를 외우고 들어가요. 혹여나 가사라도 까먹을까,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손 모양이나 걸음걸이까지 이상해지는 느낌이에요." 예전 '영웅본색'의 프레스콜에서도 뮤지컬 배우에 대한 존경을 표한 그는 여전히 "뮤지컬 배우는 정말 대단하다" 이야기했다.
"매번 이런 압박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죠. 매체의 경우 틀리면 '다시 할게요'라고 하면 되니, 무대는 한번 틀리면 끝이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생명력을 깎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은 이장우. 사진=김태윤 기자이장우는 스스로 부족하다며 계속 겸손을 떨었지만 애주가로 소문난 그가 술을 줄일 정도로 많은 노력을 더하며 멋진 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해외 프로덕션이라 그런지 엄청 체계적이더라고요. 연습을 계속 잡아달라고 했어요. 연습실에서 연출, 음악감독, 연출부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될 때까지 하려고 개인 연습을 끊임없이 했어요." 자연스럽고 친근한 연기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장우는 무대 위에서 전혀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여태까지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했는데, 무대에서 힘을 빼니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고요.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방법은 따로 있어서 무대와 매체의 차이를 확실히 깨달았어요." 이장우는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실화인가 싶더라"라며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 대학교 다닐 때부터 팬이었던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일렬로 서서 연습하는데 소름이 돋더라"며 "대본에 충실하고 나만의 신선함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막심 역에 다가간 방법을 설명했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은 이장우. 사진=김태윤 기자많은 베테랑 배우들은 '신인 뮤지컬 배우' 이장우에게 많은 조언을 전했다.
이장우는 특히 옥주현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를 불러서 옥주현이라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공부하고 스스로 깨달았던 노하우를 모두 알려주더라"며 "뮤지컬뿐만 아니라 드라마에도 먹힐만한 무기를 알려줬다.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고 존경을 표했다.
옥주현이 알려준 노하우는 '소리'에 관한 것이었다.
이장우는 "어떻게 이 감사함을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이장우는 주변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도 답했다.
"함께 '오!삼광빌라'에 출연한 전성우 배우의 '마우스피스'도 두 번 보고, 박상원 선배의 '콘트라바쓰'도 봤고요. 민우혁 형이 출연하는 '프랑켄슈타인', 황정민 선배의 '리차드3세'도 봤어요. 많이 봐야 공부가 되겠다 싶었어요.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어서 그렇지, 무대가 매력이 있어요."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은 이장우. 사진=김태윤 기자'레베카'를 통해 인생의 거대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이장우는 지금 마주한 벽을 깨고 더 한 발짝 나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하면서도 이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 안 하게 됐는데, 깊은 고민을 해봤자 도움이 안 돼서 그랬어요. 그래서 해이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구나' 싶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공연은 오늘 온 관객이 내일 또 온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욕심부려서 잘하고 싶어요. '레베카'도 몇 번 남지 않아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실수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레베카'를 마치고 나면 작품과 예능 등으로 계속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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