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시마 유조 감독이 연출한 1962년 작 <정숙한 짐승>은 한 가족이 부를 어떻게 축척하는지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이자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 한 부부의 집으로 세 명의 남녀가 찾아옵니다. 근데 이들의 방문 전 이 부부는 집안의 귀중품을 숨기거나 가립니다. 이들의 집으로 들어오고 이 부부의 아들인 미노루를 찾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들은 미노루가 일하고 있는 엔터 회사의 직원들인데 아들이 돈을 횡령하고 수 일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아 집으로 찾아 온 것입니다. 부부도 역시 아들의 소식을 모른다고 합니다. 이들이 떠나고 나서 바로 미노루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이 부부는 아들이 횡령한 사실 뿐만 아니라 그 돈을 직접 쓰기도 한 그야말로 파렴치한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딸 도모코가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딸은 유명 작가의 정부로 살아가고 그 작가는 그 대가로 이 집안의 비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것입니다. 이 날 딸이 집으로 온 것은 아버지의 무리한 부탁을 딸이 작가에게 말해 그 동안 참아왔던 것이 폭발했던 날인 것이죠. 하지만 이미 도모코에게 빠져 애가 닳은 작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집을 다시 찾아옵니다.

밤이 되고 조용한 저녁을 보내던 네 식구는 각각 자신들의 할일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자기도 합니다. 근데 낮에 방문했던 세 명 중 한 명인 여성이 집으로 찾아옵니다.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보는 유부녀 유키에인데 이 여성이 사실 미노루와 함께 횡령을 같이 했던 것입니다. 그녀가 대뜸 방금 사직서를 내고 왔다면서 횡령한 돈으로 여관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알리게 됩니다. 이와 함께 미노루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하고요. 화가 난 미노루를 협박과 애원을 동시에 하지만 이 직원은 이미 모든 것을 완벽히 방어태세를 갖추고 미노루 뿐만 아니라 사장, 세무사 직원까지 모두 잠자리를 함께 할 정도로 치밀하게 주위의 약점을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숙한 짐승>은 제한된 공간인 이 집을 배경으로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60년대 초반 초고도 성장을 하고 있던 일본의 모습 뒤에 감춰진 추악한 자본의 논리와 동시에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깊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좁은 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다양한 앵글과 쇼트의 크기로 긴장감을 고조 시킵니다. 여기엔 좋은 연출력과 더불어 훌륭한 연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유키에 역을 맡은 와카오 아야코는 이미 <문신>과 같은 작품에서 팜므파탈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선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팜므파탈로서의 면모를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퇴역 군인 아버지, 뻔뻔한 미노루 캐릭터들도 훌륭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줬습니다.

과연 60년대 일본영화는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잘 접목되어 좋은 작품들이 많이 탄생된 것 같습니다. 고도성장의 감추어진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 이 작품은 당시 또 다른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과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