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두 주데 감독이 연출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인 <배드 럭 뱅잉>은 한 교사가 남편과 찍은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교사 에미는 남편과 찐한 사랑을 나누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리게 되고 이 사실이 학교에도 알려지게 됩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장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에미는 학부모들이 참여한 상황에서 긴급회의가 벌어지게 됩니다. 회의에 앞서 에미는 교장을 방문해 사실관계여부를 미리 알려줍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 자낙스를 복용도 하고 정처 없이 회의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거리를 걷습니다.

영화는 총 3부로 구성되어있는데 여기까지가 1부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2부에선 뜬금없이 앞선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자 감독의 국적이기도 한 루마니아의 역사와 정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도 나열됩니다. 이것은 드라마로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짤막한 영상과 함께 그 영상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다큐멘터리식 진행은 결국 3부로 이어지는 마녀 재판이 어떻게 루마니아라는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해석됩니다.

이어진 3부는 1부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긴급회의가 진행되고 학부모들 수십 명이 참석을 합니다. 군인, 주부, 할아버지, 파일럿 등 각각의 직업군이 참여한 이 회의는 마치 중세의 마녀 재판을 방불케 합니다. 에미는 철저한 자신의 사생활이 교사라는 직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더욱 더 가중 처벌(?) 되는 듯한 것에 불합리함을 느낍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영상이 유출되는 과정을 보면 에미도 문제가 전혀 없진 않습니다. 그리고 책임 여부를 가리는 데에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요.

아무튼 학부모들은 십자가에 매달아 놓지만 않았지 거의 에미를 인간 이하로 취급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2부 다큐멘터리가 이들의 정치사상과 직업 등과 결부되어 연관성을 띠게 됩니다. 특히 파일럿과 군인 학부모는 독재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한 말들을 남기고 다른 어머니들도 같은 여성으로 수치스럽다 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다만 학자로 보이는 한 아버지 캐릭터가 중립을 지키며 에미의 편이 되어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긴급회의는 에미가 좋은 교사이긴 하지만 이 영상의 노출로 인해 해임 여부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결과는 다양하게 내려집니다. 가, 부 그리고 감독은 그저 이 이야기를 농담으로 봐달라는 식으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이 농담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농담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정말 망설여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