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이 연출한 <맘마 로마>는 매춘 여성이 그 세계를 떠나 아들과 함께 다른 삶을 살아가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맘마 로마(안나 만냐니)는 포주인 카르미네가 결혼 후 시골로 내려가면서 매춘 생활을 접게 됩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살고 있는 아들 에토레를 로마로 데리고 와 함께 살아갑니다. 맘마 로마는 과거를 청산하고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팔면서 아들을 양육합니다. 삐뚤어지게 나가는 아들을 훈육시키고 레스토랑 알바 자리도 구해줍니다. 한편 에토레는 부르나를 여자에게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포주 카르미네가 맘마로마에게 다시 등장하고 그는 매춘을 다시 하든지 아니면 빚을 갚으라고 합니다. 결국 맘마로마는 낮에 장사, 밤엔 매춘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에토레는 부르나를 통해 자신의 엄마가 매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맘을 잡으려고 했던 에토레는 다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고 병원에서 라디오를 훔치다가 경찰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독특한 소재와 연출력을 선 보였던 파졸리니의 작품인 <맘마로마>는 이탈리아의 명배우 안나 마냐니가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작품입니다.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이 작품은 어찌 보면 파졸리니 작품 중에서 굉장히 평범한 소재(?)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다른 작품의 소재들은 무지막지합니다. 그리고 파졸리니 인간 자체도 워낙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긴 했습니다.

암튼 영화로 돌아가서 맘마로마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입니다. 아들이 부르나라는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있자 자신의 동료 매춘부에게 부탁해 잠자리를 가지게 하고 부르나를 떨어뜨려놓으려 하는 시도 등을 보더라도 어린 아들을 위한다고 하는 그녀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해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울부짖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엄마 혹은 어미로서의 역할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파졸리니의 작품이었는데 역시 충격적인 소재의 작품이었고 독특한 연출이 빛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은 장면은 매춘을 하는 거리 장면이었습니다. 어두운 거리에서 가로등만이 조명 역할을 하는데요. 마치 마틴 스콜세지의 <분노의 주먹>의 복싱 장면이 개인적으로 떠올랐습니다. 펀치와 함께 터지는 기자들의 플래시가 마치 이 작품의 가로등의 역할처럼 보였습니다. 텅 빈 거리에서 낯선 남자나 동료 매춘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일품의 연출이었습니다. 마치 맘마로마의 현재 심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두세 번 반복되는 이 시퀀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