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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령, 박경태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박인순이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다큐적인 요소와 더불어 판타지 적인 요소까지 함께 하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다큐멘터리를 위해 교수와 학생이 함께 동두천에서 과거 위안부 생활을 했던 박인순을 만나러 가면서 시작됩니다. 박인순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지만 교수와 학생은 원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가 그린 그림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정합니다.
실존하기도 하지만 판타지적인 장소이기도 한 '뺏벌'을 중심으로 영화 중반부엔 극화된 작품으로 장르가 바뀝니다. 뺏벌의 유령들을 데리러 가기위해 온 저승사자들과 박인순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자주 볼 수 없는 실험적인 영화입니다. 실제 인물을 다큐멘터리적인(혹은 페이크 다큐)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이렇게 영화를 끝까지 만들어도 괜찮은 이야기가 될 정도로 박인순의 개인사는 한국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스펙터클합니다. 동두천에서 미군을 상대한 그녀는 군인이 따라 미국 시카고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과거 티비 프로그램에서도 그녀를 다룬 적이 있는데 그녀는 당시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합니다. '나를 낳은 부모가 날 버렸기 때문에 나도 자식들을 미국에 버리고 왔다'. 어찌 보면 엄마로서 충격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그녀의 인생을 직면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사실 영화를 끝까지 집중력 있게 보기는 힘든 작품임엔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낯선 구성에서 기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인물을 통해 한 나라의 역사와 동시에 이를 임신한 나무로서 은유하는 연출 스타일은 너무나 훌륭합니다. 한국 영화 역사의 이런 스타일에 작품이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p.s 마지막 등장하는 군인 배역이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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