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이후 오랜만에 양조위가 돌아왔다.

이번 그가 참여한 영화는 "무명"이라는 영화로 액션과 누아르라는 키위드를 앞세워 그 기대감을 한껏 고취시킨다.

영화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 의해 점령된 중국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으며 이 영화에서 이야기 진행의 한가운데에 배치한 것은 일본 세력에 붙어 살아가는 중국인 중 숨어있는 스파이이다.

영화 초반~중반은 전개가 상당히 불친절한 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뚝뚝 끊기는 장면들이 나열되어 이러한 방식이 지루하게 다가와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중후반 친절하게 해설해 주니 영화를 보며 혹시 내가 놓친 점이 있는지 이해 못 한 점이 있는지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영화의 소재가 2차 세계대전의 상황을 나타내는 만큼 한국인인 우리도 공감할 영화라는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인 듯싶다.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장면에서는 분노가 일었고 그 상황에서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모습을 강아지나 다른 상황들로 표현한 점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초반부터 양조위가 스파이구나 하는 것을 친절하게 보여주지만 이후 누가 스파이고 누가 일본군에 정말로 충성하는 세력인지 알 수 없게끔 진행한다. 그리고 이 점이 영화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 "유령"이 스파이의 존재를 일찍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켜 아쉽게 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설정이고 그래서 유령보다는 헌트가 무명과 더 무명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양조위를 보고 선택한 영화지만 왕이보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서 요즘 뜨는 배우라는 말만 들어서 사실 이 영화의 구멍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표정이 살짝 어색한 것 빼고는 본인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다른 대부분의 배우들은 중국어로 연기하는데 왕이보는 일본어도 쓴다는 점이다.

이는 유난히 더 일본세력에 충성하는 예 선생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처럼 느껴졌고 이 역할을 왕이보라는 배우가 얼마나 신경 써서 준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양조위와 왕이보가 펼치는 액션도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어 긴장감을 일으켰고 60이 된 나이에도 여전히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몸을 아끼지 않는 양조위의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복잡해 보이지만 중반 이후를 지나면 전혀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복잡한 전개로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 속 아픔이 우리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