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보고(약스포)

토비아스 린드홈 감독이 연출한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싱글맘인 간호사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은 심장병을 앓고 있어 언제라도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집중치료실 간호사로 힘든 업무를 해나가면서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는 그녀는 몇 달만 더 근무를 하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병세는 악화되어 갑니다. 그러던 와중 새로 들어오게 된 남자 간호사 찰리(에디 레드메인)은 에이미의 병을 알게 되고 그녀를 도우면서 병을 병원에 들키지 않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찰리가 병원에 오면서부터 비슷한 증상으로 환자들이 사망합니다. 병원은 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기 위해 병원 스태프들과 경찰의 증언을 병원 이사진이 보는 앞에서 하게 됩니다. 잠깐 이사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에이미에게 경찰은 찰리에 대해 묻습니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더 헌트><어나더 라운드>의 각본가로 널리 알려진 토비아스 린드홈의 데뷔 연출작입니다. 이번엔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을 했습니다. 한 남자 간호사가 환자에게 투여해선 안 되는 약을 몰래 넣고 사망을 이르게 하는데 그 인물을 에디 레디메인이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끔찍한 행위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그가 어떻게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되었고 한 인간으로서의 이중성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살인마의 또 다른 이면엔 공감능력이 출중한 인물로 표현됩니다. 이런 면이 에이미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적어도 찰리의 실체 밝혀지기 전까지는요.

그런데 사건이 종결되고도 둘의 관계는 묘하게 지속됩니다. 왜냐면 찰리의 끔찍한 행동 이전의 모습을 에이미는 있을 수 없고 죽음에 다다른 그녀를 솔직히 어떻게 보면 구원해준 인물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있지만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나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두 배우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에디 레디메인은 커리어가 쌓이면서 더욱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고 제시카 차스테인은 현재 정점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두 배우가 한 식당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입니다. 심지어 어떤 액션 스릴러 영화보다도 긴장감이 터지게 만드는 두 명의 연기와 케미스트리는 일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더 헌트><어나더 라운드>의 각본가가 연출한 작품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앞선 영화엔 못 미치지만 데뷔작으로선 나쁘지 않은 시작인 것 같아 다음 작품도 어떤 소재를 갖고 돌아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