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반변인]을 보고(약스포)

방육평 감독이 연출한 1983년 작 <반변인>은 당시 홍콩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 중에 한 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깊게 받은 작품입니다.

부모님의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아잉(허소영)은 자신의 삶에 전혀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필름 센터에서 연기 클래스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센터의 잡무를 도와주면 수업료 없이 클래스를 들을 수 있다는 조건을 승낙하고 클래스에서 장선생(왕정방)을 만나 우정을 쌓게 됩니다.

다리가 불편한 장선생이지만 연기와 영화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인물이자 자신의 생각과 작품에 타협이 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지인의 제작사에게 소개하지만 전혀 고칠 생각이 없이 버티다가 영화화가 진행되지도 못 합니다. 하지만 아잉은 그런 모습의 장선생이 대단해 보입니다. 연기자로서 꿈을 조금씩 꿔나가는 아잉이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그런 모습을 못마땅해 합니다. 많은 형제들 속에서 혼자만 희생하는 것도 너무 화가 나는 아잉이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전혀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방육평 감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전거 도둑>등으로 대표되는 네오리얼리즘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변인>에선 이 사조를 그대로 들여놓고 있습니다. 장선생을 연기한 왕정방 배우를 제외하곤 모두가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아잉 역의 허소영 또한 이 작품이 데뷔작입니다. 심지어 중요한 배우들은 아잉의 가족들 그러니까 부모와 형제들 모두 실제 허소영의 부모, 형제이었고 심지어 영화 속의 등장하는 아잉의 집 또한 실제 허소영이 살고 있는 집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밥 먹는 장면이 꽤나 많이 등장하는데 전혀 어색함 없는 연기가 이어집니다. 비전문 배우라 분명 뭔가 티가 날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공간에서 매일 하는 행동들을 담는 것이라 그런지 너무나 자연스럽더라고요.

80년대의 홍콩의 고도성장과는 또 달리 20대 초반 한 여성의 평범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작품의 엔딩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오디션 장면인데요. 그녀가 펼치는 자유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또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연출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젠 많이 볼 수 없는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 꽤나 반가웠습니다.

p.s 반변인의 뜻은 절벽 끝 가장자리에 마치 서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