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안화 감독이 연출한 <남인사십>은 중년의 위기를 겪는 한 부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람유콱(장학우)은 아내 만칭(매염방)의 어린 모습을 연상시키는 여학생의 등장에 놀랍니다. 그리고 심지어 여학생은 람유콱에게 짝사랑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유혹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학교를 스스로 나간 그녀는 옷가게에서 일을 합니다.

한편 만칭은 갑자기 병에 걸려 나타난 옛 연인과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남편 람유콱에게 한 달 동안의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그동안 람유콱도 여학생의 만남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둘은 연인처럼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만남을 이어갑니다.

사실 만칭의 옛 연인은 현재 람유콱의 상황과 백프로 일치합니다. 만칭의 옛 연인은 바로 그녀의 고등학교 선생이었고 그 선생은 람유콱의 은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만칭을 학생 때 임신시키기도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상황에서 그녀를 도와 준 인물이 바로 람유콱이었고요. 이런 관계에서 시작한 람유콱과 만칭의 관계가 진정 사랑으로 이어진 결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02년 작인 이 작품은 홍콩 반환이 된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안전한 홍콩의 분위기를 한 중년 부부의 모습으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역사의 반복처럼 이 부부의 위기는 이후 세대의 모습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허안화 감독은 홍콩의 역사 또한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학우, 매염방의 연기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왕가위의 <열혈남아>를 통해 배우로서 처음 접했던 장학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데 40대 중년 남자의 모습을 꽤 훌륭하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라이징 스타였던 임가흔이 여학생으로 등장해 상큼하면서도 장학우와의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캐릭터를 잘 연기해내고 있습니다.

허안화의 <남인사십>은 이전 작품이었던 <여인사십>에서의 여성서사와 대치되는 남성서사로서 당시의 홍콩의 모습과 더불어 40대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훌륭히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