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말아]를 보고(스포)

곽민승 감독이 연출한 <말아>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밥집을 떠맡게 되는 청년 백수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염병 유행을 핑계로 집에서 빈둥거리며 배달 음식과 게임에만 집중하는 청년 백수 주리(심달기)는 갑작스런 부동산 중개인의 방문에 당황합니다. 알고 보니 주리의 엄마가 방을 내놓은 것입니다. 왜냐면 엄마 말을 딸이 듣지 않았기 때문이죠. 엄마가 할머니를 간호할 동안 엄나가 운영하는 김밥집을 맡아달라고 했는데 이를 딸이 거절한 것입니다. 엄마는 바로 반격으로 집을 내놓은 것이죠.

어쩔 수 없이 김밥집으로 출근을 하게 된 주리는 아침마다 들리는 단골손님 이원(우효원)에게 첫 눈에 반합니다. 단무지 알레르기가 있는 이원은 단무지만 쏙 빼고 김밥을 매일 먹으러 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원이 가게로 찾아온 시험 시간에 늦었다며 주리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태워달라고 합니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주리는 고마움에 대가로 단체 주문이 들어온 김밥을 함께 말아달라고 합니다.

할머니의 위독한 상황을 제외하곤 큰 사건 없이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힘든 청춘들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피상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닌 청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슴슴한 맛이 있는 작품이지만 마치 <리틀 포레스트>처럼 그 슴슴함이 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주리와 엄마의 관계 그리고 주리와 이원의 천천히 진행되는 멜로라인 모두 참 착하고 바릅니다. 이런 일상적인 모습이 이 영화의 매력적인 요소이고 여기엔 배우 심달기의 연기가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서 독특한 연기를 보여줬던 심달기 배우의 첫 원톱 주연작인 <말아>는 그녀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독특한 발성으로 눈길을 끄는 그녀의 연기는 느릿한 말투와 함께 주리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엄마와 함께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이 너무나 리얼하고 소소한 웃음을 안겨 주기도 합니다.

감독은 전작의 소재가 샌드위치였고 첫 장편의 소재로 김밥을 삼고 있습니다. 둘 다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한 완전식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두 개의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작품에서도 또 음식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면 그것이 바로 감독의 색깔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도 한 편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