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라다이스 하이웨이]를 보고(스포)

안나 구또 감독이 연출한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는 트럭 운전사인 한 여성이 감옥에 있는 남동생을 위해 불법적인 배달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인 남동생 데니스(프랭크 그릴로)를 위해 불법적인 물건을 배달하는 샐리(줄리엣 비노쉬)는 감옥에 있는 남동생의 부탁으로 마지막 배달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물건이 아니라 어린 소녀 레일라를 맡습니다. 꺼려지는 일이지만 동생이 감옥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출옥하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이기 때문에 소녀를 싣고 거래 장소에 도착합니다. 근데 트럭에 있던 엽총으로 이 소녀가 상대편 남자를 쏘게 되고 샐리와 레일라는 순식간에 함께 하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맙니다. 한편 이 살인 사건을 맡게 되는 경찰 게릭(모건 프리먼)과 신참 FBI는 둘의 행적을 쫓습니다.

반 강제적으로 함께한 샐리와 레일라. 레일라는 트럭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길 위에서 10살짜리 아이가 홀로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레일라는 느끼게 되고 자신을 보호해주려고 하는 샐리가 맘에 들기도 해서 일단 함께 합니다. 어렵게 데니스와 연락이 된 샐리는 동생의 출소를 기다리며 길 위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데니스가 출소를 하고 수십 년 만에 레일라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만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이 전 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성적인 캐릭터를 줄 곧 맡아온 그녀가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트럭기사입니다. 특히 미국과 같이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서 트럭 운전은 엄청나게 힘들고 험합니다. 휴게소에서 잠을 자야 할 정도이고 심지어 트럭 안 뒷자리엔 미니 침대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휴게소에선 남자 드라이버들이 성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요 소재입니다. 감독은 실제로도 벌어지는 이 불법 거래를 소재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상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물론 이 휴게소에서 벌어지기도 하지만 거대한 사업으로 연결된 조직에서 이 어린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 한 명이 레일라였던 것이고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샐리의 입장에선 데니스가 걱정이 되지만 이 아이의 위험한 상황도 함께 걱정이 됩니다.

제목이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라는 것은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레일라의 경우 샐리와 함께 하는 하이웨이에서 그 나마 안정과 위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작명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흥미롭기도 하지만 역시나 명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불리는 깐느, 베를린, 베니스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받고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을 한 줄리엣 비노쉬의 주연작이면서 터프한 캐릭터를 맡은 그녀가 인물을 어떻게 소화해냈을지 궁금했습니다. 피지컬 적으로도 조금 몸을 불린 것 같고 의상도 트럭 운전사와 어울리는 복장을 착용했습니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었고 그녀의 연기는 역시나 훌륭했습니다. 모건 프리먼과 2번 정도 함께하는 장면에선 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그 장면 자체가 참 영화적이더라고요.

충격적인 소재의 이야기라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웠던 영화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는 많은 관객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관심을 갖기를 바라면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영화적 재미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라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