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빅토리 감독이 연출한 <크로스 더 라인>은 한 남자가 묘령의 여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던 여행사 직원 다니(마리오 카사스)는 아버지를 하늘을 보내고 누나와 함께 고통을 나눕니다. 힘들어하는 동생을 위해 누나는 세계 일주를 권하고 다니는 홀로 떠나려고 티켓팅까지 마칩니다. 그렇게 다음 날 출발을 앞둔 다니는 식당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데 웬 여성이 다가와 돈을 빌립니다. 그녀의 이름은 밀라. 밀라는 돈을 갚겠다며 문신가게로 몰래 들어가고 돈을 안 받겠다는 다니에게 문신을 새겨 줍니다.

뭔가 찝찝했던 다니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묘한 매력을 가진 밀라를 결국 따라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녀의 유혹에 빠져 침대로 가려는 순간 굉음의 노크 소리가 들리고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그는 말리의 연인이었고 말리의 외도에 크게 화가 난 남자는 다니를 구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를 반격하던 다니는 가위로 그를 죽이고 충격을 받은 말리마저 투신을 해버립니다. 너무 놀란 다니는 도움을 청하러 누나의 회사로 찾아갑니다.

하룻밤에 벌어지는 압축적인 스릴러입니다. 원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나가는지 보여줍니다. 마치 히치콕의 영화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약해 보이는 인물이 극한의 상황에 빠져있을 때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의 변화가 흥미로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오랜만에 보는 팜므파탈의 캐릭터가 주는 쾌감도 함께 하는 작품입니다. 이는 말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데 충분히 매혹적인 캐릭터 설계와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촬영 콘셉트가 명확한 작품입니다. 아버지의 병원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인물의 등 뒤를 클로즈업으로 팔로우합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에선 얼굴을 팔로우 하며 롱테이크로 이어집니다. 이 사이즈의 장면이 많으면 개인적으로 갑갑한 느낌이 들어 영화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 작품에선 그 선을 넘기 전에 풀샷으로 환기시켜줘서 갑갑한 느낌을 덜어주었습니다.

엔딩 장면이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살인의 추억>의 엔딩 장면과 비슷한 느낌의 쇼트인데 <살인의 추억>과 다른 점은 바로 그 자리에서 인물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음악이 고조되고 주인공의 미묘한 표정의 얼굴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스페인산 스릴러 중 간간이 좋은 작품들을 만났는데 이 작품은 이전 <인비저블 게스트>등과 같이 미스터리적인 구성은 조금 약했지만 한 인물이 느끼는 스릴감은 엄청나게 안겨주는 작품임엔 분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