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을 보고(스포)

윌리엄 니콜슨 감독이 연출한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결혼 29주년을 맞는 한 부부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관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에드워드(빌 나이)와 시를 엮은 책을 만드는 그레이스(아네트 베닝)은 곧 결혼 29주년을 맞게 됩니다. 도시에서 떨어져 사는 이들에겐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들 제이미가 있습니다. 제이미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집에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알립니다. 아들은 자주 티격태격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홧김에 아버지가 어머니와의 이별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아버지에겐 다른 사람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수십 년 동안 에드워드는 아내 그레이스와 여러 모로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요.

영화는 그레이스가 시를 읊는 목소리와 동시에 그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평화롭기한 부부의 일상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죠. 제이미가 온 이후 부부는 크게 싸우고 남편은 집을 떠납니다. 여기까지 보자면 관객들은 오죽하면 남편이 떠날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레이스가 좀 강한 어조로 일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떠난 사람은 에드워드이기도 하죠. 역시 남녀 문제는 잘잘못을 따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튼 둘은 따로 살게 되면서 피곤해지는 것은 아들 제이미입니다. 둘을 오가며 서로의 안부와 이혼 절차 등의 약속을 조율합니다.

제이미는 이별 후 어머니가 혹시나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평소보다 자주 집에 들르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레이스는 오히려 자살방지단체에서 상담일을 하며 조금씩 우울감을 줄여나갑니다. 그리고 에드워드라고 이름 붙인 강아지와 함께 하기도 하죠.

모든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인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거의 30년을 함께 한 부부가 이제야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관념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고 인정해나갑니다. 그리고 관찰자로서 아들은 이를 바라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관념을 정리해보기도 합니다.

역시나 두 명배우의 연기가 끝내주는 작품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색하는 남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빌 나이는 <러브 액추얼리>의 퇴물 가수의 모습은 이제 온데 간데없어 보입니다. 물론 두 캐릭터 다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아네트 베닝도 의외로 빌 나이와 부부로서 잘 어울렸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로케이션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절벽이 있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의 심리와 더불어져 아슬아슬한 느낌을 더해주었습니다. 또한 날씨도 작품의 정서를 한껏 더해주는 느낌도 들었고요. 아마 미국에서 찍었다면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없었겠죠? 영국에서 제작한 영화라 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