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카락스 감독이 연출한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이후 8년 만에 만든 뮤지컬 영화입니다. 무대도 할리우드로 옮겨 작업을 한 작품이기입니다.

스탠딩 코미디언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티아르)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아이를 가지게 되고 태어난 딸의 이름이 바로 아네트입니다. 출산 이후 안 여전히 승승장구하면서 자신의 분야에 우뚝 서있지만 헨리는 조금씩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둘은 리플래시 할 목적으로 배를 타고 여행을 하지만 거대한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사건은 결국 터지고 맙니다.

오프닝부터 독특한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감독 레오 카락스가 직접 큐사인을 주면 밴드 스파크스의 멤버가 노래를 부르며 원테이크로 촬영이 시작됩니다.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티아르가 합류하게 되고 코러스 싱어와 댄서들도 이후 함께 하게 되면서 길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헨리와 안은 각자의 일터로 떠나게 되고요. <라라랜드>의 오프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연출이었습니다. 또한 감독 본인이 큐사인을 내면서 시작한 이 작품은 잉마르 베르히만의 <페르소나>의 오프닝처럼 이건 '영화'임을 관객에게 인지시키고 시작합니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몰락하는 한 남성이라는 점에서 <스타탄생>의 구조와 비슷하다 볼 수 있습니다. <스타탄생>은 각 버전마다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데 <아네트>에선 남자의 폭력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작 <홀리 모터스>처럼 이 작품에서도 초록색의 색감이 전체적인 테마로 쓰입니다. 초록색이나 보라색인 사람의 피부에 가장 안 어울리는 색깔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선 몽환적인 분위기와 동시에 헨리에게 그 색을 부여함으로써 흔히 정의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결여된 인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딸 '아네트'의 캐릭터도 묘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서 연기를 한 캐릭터가 아니라 마리오네트 인형이 아네트의 캐릭터가 됩니다. 마리오네트라는 것이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특징이 헨리와의 관계를 은유하는데 있어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이를 배반해 전복시키는 연출이 있기도 합니다.

<아네트>는 두 캐릭터를 보는 재미와 동시에 시작과 끝이 수미쌍관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다음 작품은 조금만 간격을 줄여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8년은 너무 기네요.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아담 드라이버가 최근 비슷한 캐릭터들을 맡아 피로감이 좀 쌓인다는 것인데 워낙 많은 작품에 출연해서 그런 것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