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후 공식적인 첫 시승을 마친 소감입니다.
비록 쪼랩이지만 혹시 구입을 고려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비루한 시승기를 써봅니다.
스압이 될 거 같으니 미리 죄송..
1. 디자인
- 베스파에서 한정판으로 내놓은 스페셜 모델 946의 dna를 보급형으로 살려낸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거죠.
미화로 만불, 한국에서는 그 두 배나 되는 어마무시한 가격 덕분에(물론 한정판이라 물량도 적지만)
서민들에겐 그저 허황된 946이지만 프리마베라에서 그 맛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꽤나 비슷합니다.
우아하고, 고급지고, 선이 참 예쁩니다.
사실 저도 이 디자인 하나 때문에 구입을 한 거나 다름이 없네요.
가성비 면에서 많은 이들에게 비아냥을 듣는 베스파만 이뻐서 꽂히니까 뵈는 게 없었습니다.
(깜빡이 옆에 LED 포지셔닝램프가 있어서 반짝반짝 이뻐요.)
특히 저 하얀 바디 + 빨간 시트에 훌러덩 넘어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뭐 다들 아시듯이...
2. 편의성
- 계기반 역시 디자인이 참 좋습니다.
근데 이게 주행 중에 상당한 불편함을 줍니다.
계기반 탓은 아닌데 이건 후에 다시 설명 하겠습니다.
- 글러브박스는 키를 꽂은 상태에서 키박스를 누르면 열립니다.
저는 여기에 뭘 집어넣질 않아서 쓸모를 잘 못 느끼겠구요.
그리고 이태리핏에는 키박스 옆에 트렁크 오픈 버튼이 있대요.
근데 아시안핏은 시트에 열쇠 꽂고 직접 열어야 합니다.
그래도 시트는 가스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열리면 고정되는 점이 편리하네요.
- 텐덤은 아직 안 해봤지만 텐덤스탭 부분이 작아서 발 놓기에 좀 애매할 듯합니다.
그리고 정차 하면서 다리를 내려 짚어보니 종아리가 딱 텐덤스텝쪽에 붙더라구요.
텐덤을 한다면 아마 서로 신경쓰이고 미안하고 뭐 그러겠죠.
- 트렁크는 전작에 비해 크기가 커졌다고는 하는데
HJC의 풀젯 헬멧인 FG-JET이 안 들어갑니다...
나름 소두핏으로 나왔다는 헬멧인데도 안 들어가니 당황스럽더군요.
다행히 탑박스가 있어서 저는 그걸로 어찌 됐지만 탑박스 없이 트렁크에 넣으시려면
뭐냐 그, 레트로 스타일의 작은 거 있잖아요 왜.
그런 헬멧이나 가능하지 싶습니다.
- 사이드미러는 좌절 그 자체입니다...
이건 뭐 일단 너무 작구요(스쿠터 미러가 커봤자 얼마나 크겠습니까마는) 그 작은 와중에 울렁거립니다.
사이드미러를 한참동안 여기저기 들여다 볼 건 아니니 큰 문제는 아니지만 좀 아쉬운 품질이네요.
3. 주행성
- 일단 처음 받아서 앉아보고 움찔했습니다.
시트가 많이 높네요.
비록 제 키가 평균에서 살~짝 모자라긴 하지만 똑바로 세우고 앉았을 때 양 뒷꿈치가 안 닿습니다...
그래도 뭐 정차 중에는 한쪽만 짚으니까 별 상관 없겠지 싶었어요 이 때까지는.
근데 이게 주행을 시작하니까 확 와닿는데,
아까 말씀드린 계기반이 주행 중에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달리는 와중에 힐끗 보는 게 좀 부담스러운 높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순정 롱스크린이 달려 있는데, 이게 높은 시트 포지션과 어우러져 헬멧 실드를 열어놓으면 가끔 닿습니다.
높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약간 기울어진 느낌..?
- 시트가 높으면 스포츠 바이크에서는 장점이지만 프리마베라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동력성능을 말하자면 또 이게 전혀 스포츠 컨셉이 아니거든요.
생긴 것만 봐도 딱 우아 떨면서 느긋하게 타는 컨셉인데 말이죠...
피아지오가 과거에 두루두루 써먹던 리더엔진도 누가 뒤에서 잡아끄는 듯한 가속감이었는데
프리마베라도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네요.
그냥 평이하게 안 나갑니다.
이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으니 불만사항까진 아니구요.
대신에 주행 중에 들리는 엔진소리는 개인적으로 참 좋습니다.
정차 중에는 진동이 확연히 느껴지지만(그렇다고 거슬릴 수준은 절대 아님)
주행 시작하면 상당히 매끄러운 필링이 됩니다.
- 서스펜션은 뭐... 스쿠터의 숙명이지만 역시나 딱 그 정도..?
특별한 존재감이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타야죠.
바텀링크 방식(프론트)이 일반 텔레스코픽에 비해 승차감이 더 좋다고들 하는데 제가 둔한 건지 차이를 모르겠네요.
- 핸들링은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어찌나 촐싹거리는지 경박스러워서 원...
그리고 언급했던 높은 시트 덕분에 이 불안감이 가중됩니다.
휘떡 휘떡 중심이 넘어가니까 자빠링 할까봐 겁도 나구요...
4. 정비성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엔진오일 교환에도 극악의 난이도를 보입니다.
베스파 잘 모르는 그냥 동네 센터 가서 갈아달라 하면 사장님이 가끔 욕도 해요.
그리고 서울권이면 몰라도 지방에서는 이거 한 번 눕히기라도 했다간 수리 기간도 그렇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견적은 뭐 이루 말할 것도 없구요.
아... 쓰고 보니 내가 이거 왜 샀나 싶네요;;
사서 한 번 주행하고서 욕만 오지게도 썼네요.
근데 걱정스러운 건 앞으로도 이 감상이 크게 나아질 일은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이제 익숙해짐의 문제겠죠.
종합해보자면 평이한 동력성능에 편의성은 그닥이고 싸지도 않으면서 마냥 이쁘기만 한 스쿠터쯤...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편입니다 ㅎ
과거에 베스파에게 로망이 좀 있기도 했었구요,
엔진 필링이랑 소리도 딱 취향이고, 디자인이 참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즐겁네요 아직까진 ㅎ
베스파 그까짓 게 뭐라고... 싶다가도 어떨 땐 소유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기도 하고 뭐 그런 된장끼가 제게도 있는지;;
그럼 비루한 시승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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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감성으로 ㅋㅋㅋ 타는 스쿠터라는 걸 깨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