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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누가 그랬더라.
상대가 바보로 보이는 것과 내가 바보 취급 당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기분 나쁘냐고.
말할 것도 없이 내가 바보 취급 당하는 것이다. 전자는 능력의 문제고, 후자는 의지의 문제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때문에 도시 경쟁력 이 17위 까지 떨어져서 피눈물 납니다. 도시경쟁력 Top5 반드시 달성하겠습니다"
오세훈 후보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도시경쟁력 순위" 라는 것이 뭘까.
출처는 AT Kearny에서 빌표하는 Global Cities Index 다.
자 그런데, 베이징이 5등이고, 워싱톤이 14등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이 수치가 '삶의 질'을 따지는 수치가 아니고,
도시가 얼마나 '국제화' 되었나를 따지는 수치기 때문이다.
(1) 비즈니스 활동 (2) 인적자본 (3) 정보교환 (4) 문화적 경험 (5) 정치적 참여의 다섯 가지 분야로 측정한다.
이를테면 인적자본에서는 '외국인 거주 인구' 및 '해외 유학생 수',
문화적 경험은 '외국인 여행자',
정치적 참여는 '대사관 갯수' 등을 계산한다.
한 마디로 서울에 중국인 유학생을 훨씬 많이 유치하면, 도시 경쟁력 지수 올릴 수 있다.
심지어 19년에서 20년 넘어가면서 17등 까지 떨어진 것도 두 가지 항목이 점수 계산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활동 분야에 '유니콘 벤처기업 갯수', 인적 자본에 '의대 숫자'가 항목으로 추가됐던 것이 이유다.
글로벌적으로, 이 이상한 지수를 신경쓰는 후보도, 심지어 공약으로 내는 후보는 본 적이 없다.
어째서 이렇게 이상한 지표를 보고, 이상한 공약을 낸 걸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전임 시장이 도시 재생하면서 서울을 망쳐놨다. 종로, 청계천 보며 분노의 피눈물 흘렸다"
글쎄. 난 전임 전임인 오세훈 시장이 밀어버렸던 피맛골 생각하면 뒷목이 당긴다.
조선 시대 서민들이 이용했다는 역사성은 둘째 치더라도,
그 골목 골목에 있었던 생선 구이집들, 녹두 빈대떡집, 족발집들이 재개발로 자취를 감추게 되는 사건이다.
미끈한 현대식 건물로 다시 태어난 피맛골에서는 멋이 사라져 버렸다. 연신 원더플을 외쳤던 외국인들도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이 도시 재생으로 방향을 정했던 것은 오세훈 시장의 피맛골 사태도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분이 돌아와서 다시 삽을 드신다고 한다. 심히 걱정된다.
오세훈 후보가 시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전임 시장의 폐해'라며 신문에 대대적으로 '시민단체가 1조 해먹었다'고 발표했다. 알고보니 모든 민간 단체, 개인들을 다 시민 단체로 둔갑시켰더라.
실제로 서울시 지원사업은 대부분이 일자리 사업으로 사용됐고, 시민 단체와 관련이 없었다.
(심지어 국힘 태영호 의원은 전임 시장이 시민 단체에 지원한 돈은 9년간 200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 그런데, 이것도 백보 양보해서 시민 단체에 5년간 1조 지원했다 치자. 5년간 1조면 같은 기간 서울시 예산의 0.7% 정도 된다. 글로벌 도시 트렌드를 알고 있다면 너무 적다는 말이 나오는게 정상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최근 글로벌 도시들은 복잡한 이슈들을 해결하기에는 도시 행정의 전문성이 부족한 사태가 지속되었다.
이에 시민 단체의 전문성을 빌리는 도시 행정이 트렌드가 된 지 꽤 됐다.
(파리의 경우, 역사 분야 전문성을 지닌 시민 단체가 민간의 공사 허가 까지 관할한다)
다시 말하자면, 오세훈 후보가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우리를 바보로 알고 있다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계속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족 하나 붙이자면,
선량한 얼굴을 하신 오세훈 후보는 고인 모독을 참 잘하신다. 돌아가신 노회찬 의원께도 그러시더니. 고인은 반론할 수가 없으니 쉽게 말하는 걸까.
* 참고. 글로벌 도시경쟁력 지수 평가 항목
(1) 비즈니스 활동 분야 평가 항목
포츈 500기업, Top 글로벌 서비스 회사, 금융 시장, 항공운송, 해상운송, ICCA 컨퍼런스, 유니콘 회사
(2) 인적 자본 분야 평가 항목
외국인 거주 인구, Top 대학교, 3차 서비스 종사자, 해외 유학생, 국제학교 숫자, 의대
(3) 정보 교환 분야 평가 항목
TV 뉴스 억세스, 뉴스 에이전시, 브로드밴드 구독자, 표현의 자유, 온라인 존재
(4) 문화적 경험 분야 평가 항목
박물관, 비주얼과 퍼포밍 아트, 스포츠 이벤트, 외국인 여행자, 요리의 다양성, 자매 도시
(5) 정치적 참여 분야 평가 항목
대사관과 영사관, 씽크 탱크, 국제 기구, 정치적 컨퍼런스, 글로벌 기구의 현지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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