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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찌르고 집에 불질러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자 법정 증언3

[* 비회원 *]
등록일 2022-08-10 07:16
조회수 562

밤새 잠을 설쳤어요. 악몽을 꿨습니다. 저는 분명히 승소했는데 한국이 항소했어요. 제가 말하는 건 진실인데, 거짓이래요.”

9일 오후 2시25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53호 법정 앞.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법정에서 증언하기 위해 온 응우옌 티 탄(62)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티 탄은 1968년 2월12일 한국군 청룡여단 군인들이 고향 마을에서 민간인 70여명을 학살했다며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재판에서 티 탄은 54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상이 너무 아파서 잊을 수 없습니다.” 티 탄은 법정 TV 모니터 화면에 띄워진 자신의 복부 상처를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현지인의 국내 첫 법정 증언이다.

티 탄은 사건 당일 가족과 방공호에 있었다고 했다. 한국군은 수류탄을 보여주며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함께 방공호에 있던 사람들이 위로 올라 오는대로 총격을 받았다”며 “집을 태우려던 한국군을 이모가 말렸고, 한국군은 이모를 칼로 찔렀다. 한국군은 집에 불을 지르고 떠났다”고 했다. 티 탄은 “왜 전 죽이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티 탄의 삼촌으로 또다른 학살 목격자인 응우옌 득 쩌이(82)도 증인으로 나왔다. 득 쩌이는 “한국군이 마을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광경을 마을 초입에서 지켜봤고,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민병대원이던 그는 무전기에서 ‘대한민국 군인들이 퐁니 마을 등의 주민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득 쩌이는 “평소 식당이나 가게, 길거리 등에서 한국 군인과 마주치며 얼굴을 익히고 있었고, 한국말도 여러 번 들었다”며 “망원경으로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이 한국인과 같았고, 귀에 들린 고함 소리가 한국어였다”고 했다.

“여기 13명, 여기 주변에 14명, 여기 13명이요. 14명이요. 퐁넛 근처에 2명이요. 나머지는 티 탄 친척네 집입니다.” 득 쩌이는 마을 지도를 가리키며 한국군이 철수한 후 남겨진 희생자 수를 말했다. ‘판반끄’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의 집 마당에서 시쳇더미를 발견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 측 변호인이 “퐁니 마을 주민들이 베트남 정부에 문제 제기하거나 베트남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는갚라고 물었다. 득 쩌이는 “남베트남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베트콩이 이겨 소송을 못했다”고 했다. 전쟁에서 이긴 베트남민주공화국은 미국에 호의적이었던 남베트남 출신에 대한 차별 정책을 폈다.

재판에 앞서 티 탄의 소송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69년 한국군의 학살이 비화되자 당시 중앙정보부가 조사한 내용을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