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세계대전 종전의 마침표가 된 원폭을 기점으로, 기회가 있을때마다 세계대전 피해자 코스프레의 구심점이 원폭 투하였죠.

전범국 피해 대상인 우리로써는 그동안의 항일운동으로도 획책못한 주권국으로써의 지위가 아이러닉하게도 원폭의 지위로써 획득되었기도 했구요.

한마디로 원폭 투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전쟁의 상흔쯤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주권국 독립으로부터 세계의 진영대결로 인한 분단으로 이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 중요한 사건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가원수는 원폭 피해 재일동포에 대한 사과로 이렇게 말했죠. 동포로써 고통받는 중요한 순간들에 국가가 없었다고.

뭐 조선족(조선족은 중국인이니까 재중동포가 아닙니다.)이나 재일동포나 이런 불필요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외교적 무브먼트는 항상 컨텍스트에 기반해서 해석해야하기에, 이번 방문의 의미가 외교적으로 어떤 컨텍스트일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일본은 원폭 투하에 1차로 미국에 통수 맞고 플라자합의로 2차로 통수 맞았다고 생각하고있는 입장입니다.

해방 이후 수십년전부터 최근까지 일본이 친미 스탠스에 올인하고 그 과정에서 전국민적 경제위기까지 통수도 여러번 맞았지만 아직도 미국에 올인하는 이유가 있죠.

지정학적 위치를 빌미로 미국에 올인하기, 단순히 그거로는 부족하니 비록 전범국이지만 일본=피해자 마킹까지 하면서 일종의 감성마케팅까지 하는거죠. (정작 미국에서는 별로 그렇게 생각은 안하는것 같지만.)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물론 삼각동맹을 원하긴 하지만 한일관계가 현대사적으로 쉽지 않은건 자명하기에, 외교적인 플레이로써 우리는 사실 일본에 그렇게 책잡힐 이유는 없었습니다.

강제징용때의 무역보복도 그랬지만, 산업구조적으로 차라리 중국에 종속이 되면 됐지 일본에 책잡혀서 산업이 지체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종속되진 않았기 때문이죠. (선빵도 일본이 먼저 치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제는 1차적으로 우리나라가 자체 소부장 제대로 키우기도 전에 일본에 먼저 이해를 구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무역에서 이점 취할 수 있는 구조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는걸로도 모자란가봅니다.

현실적으로 어쩌구 하는 사람들한테 대중무역의 중요성과 신남방정책으로의 무역축 이행성 뭐 이런 얘기하기엔 하도 뭐 친중이니 XX하는 사람 많을테니 뭐 대중무역까진 여기서 얘기도 안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젠 정치적으로도 오염수 양보도 기가 찬데, 일본의 피코까지 가담할 정도로 주변국 눈치는 안보고 대일외교에 올인했다는 생각밖엔 안들거든요. 원폭의 가해와 피해 생각하면 이 분쟁에서 대한민국이 개입할 측면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외교 측면에서 이득을 얻더라도 어느쪽으로든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분야고, 그 측면이 차라리 원폭 피해 입은 동포분들한테 더 도움이 됐을 방향이죠. (이 부분은 당장 강제징용 피해를 일본이 아닌 간접적으로 한일합의 수혜 대상인 대한민국 기업이 지게 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전까지 뭐 오염수에 대한 이해를 구하겠다라든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국내기업이 지게하겠다 이상으로, 이번 행보는 단순 친일 드립이 아니라 일본과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봐도 될 행보입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너무 무섭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거라고 했는데, 기믹으로 욕먹었던 전임 몇 대통령들도 이정도로 노골적으로 이런 행보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지금 정부가 보이는 대일 행보는 딱 이완용의 수준입니다.

예전에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내가 이런 사회에 살았다면 어떻게 사는게 옳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많았는데, 요즘 그 고민을 진지하게 다시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더이상 눈감고 있진 않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