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페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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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에 대통령 기념사가 논란이 되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미 큰 논란과 비판이 있지만 몇가지는 꼭 집고 넘어가야겠다.

첫째, 대통령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언급하였다. 맞다. 그런 측면이 있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등 열강의 각축전이 당시의 급박한 사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종과 조선은 왜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일방주의 외교노선 때문이었다.대원군과 고종은 청나라에 대한 맹목적 의존, 대체제로써 러시아에 대한 환상에 가까운 기대로 외교를 꾸려나갔다. 임오군란,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등 따져보면 모든 고비고비에서 당시의 지도자들은 특정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였다. 반대세력 역시 일본을 향해 같은 마음을 품었다. 오늘 우리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그때 그들과 얼마나 다를까.

둘째,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두가 잘 알듯 최근 일본의 혐한현상은 극우가 아닌 일상의 태도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자민당의 보수주의가 종래의 틀을 넘어 헌법개정, 재무장으로 옮겨가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일본에 대한 태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역사적 은원 관계 해소, 양국의 소통과 이해증진, 긴밀한 협력과 적당한 거리 유지. 

역사문제와 경제문제, 경쟁과 협력 지점에서 한일은 적당한 갈등과 의미있는 협력을 반복해왔다. 문제가 많았더라도 박근혜 정권기 위안부합의, 이명박 정권기 독도방문, 김영삼 정권기 버르장머리 발언 등은 기실 그러한 절충적인 외교 기조의 유지였으며 냉정히 따졌을 때 이는 노무현 정권기 독도에 대한 강경발언, 김대중 정권기 오부치와의 협력도모에서 크게 멀지 않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자신들의 정체성,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에서 급격히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셋째, 대통령은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어디를 가던 온통 자유와 민주를 강조하는데 이는 적합한 주장이 아니다. 임시정부헌장, 즉 대한민국임시헌장 3조를 보라.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

나라를 잃고 새롭게 시작한 혁명가(독립운동가)들과 민중들은 조선과는 다른 사회. 남녀가 평등하고, 신분의 차별이 없고, 빈부의 격차가 없는 "일체 평등"의 사회를 꿈꾸었다.

이는 1940년대 대한민국건국강령으로 더욱 구체화되는데 오늘날 용어로 표현하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균등경제국가, 노동복지국가, 남녀의 절대평등국가를 분명히 표방하고 있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에 영감을 받았지만 자본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세계에 대한 열망을 구체화하였다. 오늘 우리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역사의식이 의심되는 지점이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많은 한계와 약점을 지녔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어도 의식적인 측면에서 극단주의에 경도되고 있는듯 하여 극히 우려스럽다.

자주, 중립 등 종래의 개혁적 언어를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과거 빨갱이 운운하던 시절보다 못한 저열한 극단주의와 극우적 인식이라면 이 민족과 이 나라의 운명은 뻔한 방식으로 귀결될 것이다. 참으로 안따까운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