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천 소장이 정리한 현 시점 윤석열 정부 평가와 민주당이 할 일입니다. 글이 길어서 힘드신 분은  맨 아래쪽 민주당 평가를 보세요. 😃

< 윤석열의 기저효과 - 3대 개혁, 중대선거구제 개혁, 그리고 지지율 상승 >

1>.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10일 취임했다. 2023년 1월 10일이면, 취임 8개월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지지율을 기록하더니, 6월부터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해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득표율은 48.6%였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대 후반이라는 것은 윤석열을 찍었던 사람들 중에서도 20%p 정도가 ‘이건 아니지~’라고 떨어져 나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1월 3주차를 분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하는 것일까?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 첫째, 도어스태핑을 중단한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실언’이 덜 보도되게 됐다. 정치를 오래했던 사람도 언론 대응은 쉽지 않다. 게다가 윤석열은 정치 초보다. ‘말 실수’의 보도량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었다. 

도어스태핑 중단은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매우 아쉽지만,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정무적으로’ 매우 잘한 일이다. 

► 둘째, 화물연대 파업 등을 비판하며 ‘진영의 결집’을 추진한 것이다. 정치의 실제 작동원리는 ‘편싸움’ 성격이 강하다. 편싸움에만 매몰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지만, 정치의 기본은 편싸움이다. 

정치의 실제 작동 원리는 ①편싸움을 하되, ②중도층으로 확장해서, ③<51%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내는 게임이다. ①만 하면 정치적으로 멍청한 짓이지만, ①을 하지 않고 ②와 ③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없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6개월간 그간 ①도 제대로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걸 보여주는 지표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내내 <국민의힘 정당지지율>보다 낮았던 것이다. 국힘 지지층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진영의 결집'조차도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관점에서 보면, 화물연대 파업과 그에 대한 강경 대응은 '정무적으로' 도움이 됐다. 

► 셋째, 3대 개혁 아젠다의 제기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의 아젠다를 던졌다. 이 지점이 특히 중요했다. 

윤석열 후보를 찍었지만, 지지하지 않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이 특히 환영하고 있다. ”와~ 윤석열 정부가 정책도 하고, 사회구조 개혁도 하는구나~“라며 반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일이다. 원래 역대 모든 정부는 <정책적 개혁>을 추진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마땅한 공약도 없었고, 취임 6개월이 되어도 ‘뭘 하겠다’는 정부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언론을 장식하는 것은 윤석열의 실언과 김건희의 구설수였다. 김건희를 아는 누가 국가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김건희가 영화배우 누구를 만났다. 김건희가 외국에 가서 쇼핑을 했다. 등의 기사가 <대통령실발 뉴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했다. 이런 비아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다른, 국가적인 정책 아젠다>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이야기했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윤석열은 한국적 현실에 맞는 <정치제도와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봤을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언급도 극히 희박했다. 

이 지점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①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을 잘 모르고> 주장했다는 점이 아니라 

②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을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①번의 경우 본인이 똑똑한 경우이지만, 

②번의 경우, 본인은 똑똑하지 않아도 <정무팀 + 정책팀>이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래 대통령 개인이 이것 저것을 두루 두루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개인이 너무 많이 알거나, 많이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실제로 <좋은 일>도 아니다. 

대통령의 핵심 역할은 전문가만큼 잘 아는게 아니라, <전문가와의 협업> 그리고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을 제기하고,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언급한 것은 <실언의 왕, 윤석열 대통령>에서 <전문가와 협업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6개월간 <국민적 기대수준>을 확 낮춰놨다. 지지율이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머물렀던 이유다. 

다른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국민적 기대수준>을 너무 낮추놨기 때문에, <약간만 정상적으로 대통령스럽게 행동해도>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바닥이 너무 낮아서’ 약간의 지지율 상승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기저효과(基底效果)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되어 국정운영을 한다는 것은 <거대한 업무분장 체계>를 잘 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6개월간은 ‘초보스럽게’ 국정운영을 하다가, 지금은 하나씩 <체계를 정비하고 있는 중>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업무분장 체계>에 대한 적응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어떠한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8.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됐다. 

물론 검찰수사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 이외에 <민생 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는 것이 마땅치 않다. 

민주당은 <취임이후 6개월간, 초보대통령 윤석열>을 이제는 잊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지율 20%대 후반, 초보 대통령>을 오래 기억할수록 민주당은 더욱 더 무사안일해질 가능성이 높다. 

싸움에서 이기는 경우는 상대방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해주고, 우리 역량을 정확히 평가할 때다.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해야 최소한 패배하지 않는다.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 지금 민주당에게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