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논평좀.

멀티아이디는 어떻게 된거죠?

유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던데...

용산참사는 그냥 모른척 하는거에요???

●  김성수 기자의 9월 30일 페북글입니다. 

'더탐사'라는 자칭 탐사보도 매체가 있습니다. 한때 열린공감TV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금전적 문제 등 내부 잡음으로 구성원들이 갈라서며 명칭을 바꾼 매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열린공감TV 시절부터 이 매체를 김어준 방송과 함께 '왼쪽 진영의 가로세로연구소'로 규정해 왔기에 이들이 보도한 내용들에 대해 아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가만히 보고 있기가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더탐사는 어제 자신들의 유투브 채널에 '더탐사 프로젝트, The 세월호'의 예고편 영상을 올렸습니다. 조금 전 내용을 훑어봤습니다. 가관이더군요.

조금 아쉽긴 해도 그런대로 합리적 관점으로 최종 서술된 사참위의 세월호 종합보고서가 얼마 전 발간됐습니다.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큰틀의 합의점을 찾아나갈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가져보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 자들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를 팔아서 의혹 장사로 돈 푼이나 모아보겠다는 시도를 결코 두고만 보지 않겠습니다.

저들이 앞으로 늘어놓을 헛소리에 검증으로 맞대응하는 게 저들이 더 주목 받도록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위를 반박하지 않으면 끝내는 사실을 넘어 진실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지난 8년 간 김어준과 김지영, 사참위 박병우 사단의 비상식적 의혹과 음모론들에 맞서 검증보도를 이어왔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더탐사의 예고 영상을 보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노라니, 저한테 세월호 취재와 보도는 8년으로도 부족했던 건가 싶습니다.

제가 이 영상을 보며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더탐사를 이끌고 있는 박대용 기자는 뉴스타파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동안 저의 세월호 취재와 보도 과정을 모두 지켜봤고 의혹 장사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김어준 류의 음모론자들, 그리고 검증 없이 의혹 부풀리기에 편승하는 우리 언론의 보도 실태에 대해 저와 많은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런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사실이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열린공감TV와 더탐사가 보여준 밑바닥에도 불구하고 그 매체에서 뛰쳐나오긴커녕 자부심에 부푼 멘트들을 SNS에 풀어놓고 있던 최근의 박대용 기자를 생각하니, 이런 일까지 능히 벌일 수 있는 사람으로 변모한 지 어쩌면 이미 오래 되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더불어서 이 영상은 세월호에 관한 온갖 음모론들이 어떻게 계속 강화되거나 잔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교본이기도 합니다. 영상 속에는 그동안 국내 주요 매체의 세월호 관련 수많은 의혹 보도들이 조각조각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KBS와 MBC의 외력설 보도, MBC의 세월호 CCTV 조작 보도 등입니다. 그동안 뉴스타파가 사실이 아님을 일일이 검증했던 내용들이고, 특히 CCTV 조작은 사참위가 아예 기각시킨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한번 인터넷 공간에 올려진 허위들은 영원히 살아남아 이런 의혹 장사의 소재로 기능하게 됩니다. KBS와 MBC 관계자들은 당신들의 잘못된 보도가 세월호 진상규명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이 영상 속에서 똑똑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세월호 레이더 영상 속 주황색 물체가 잠수함이나 스텔스군함일 가능성이 있다는 몇몇 전문가들의 견해를 묶어 보도했고, 이 보도는 SNS를 통해 외력설의 근거로 급속히 퍼졌습니다. 하지만 2017년 선체 인양 이후 뉴스타파는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외력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따라 3년 전의 '잠수함 보도'를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해당 보도는 형식상으로만 보면 '오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보도가 음모론의 소재가 되어 우리 사회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비합리적 인식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다만 뉴스타파가 이런 보도를 했었다는 사실 자체는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이 보도의 제목을 클릭하면 당초 게시됐던 기사는 없고 '편집자주'의 형식으로 기사를 내린 이유에 대해 설명해 놓고 있습니다. (https://newstapa.org/article/uZeFn)

KBS와 MBC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이 자신들의 과거 세월호 관련 의혹 보도들 가운데 이제는 사실관계가 확립된 것들을 추려 뉴스타파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더탐사 같은 이들을 통해 비합리적 의혹과 음모론들이 더 퍼져나가는 걸 막는 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권위의식에 찌들어 가오나 잡을 줄 아는 거대 매체들이 스스로 이런 성찰과 실천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최근 "I was wrong" 칼럼으로 또 한번 주목 받았습니다. 수년 전, 아니 수십 년 전 자신들이 했던 보도들 가운데 잘못된 것들을 스스로 끄집어내 바로잡고 자신들을 성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주요 매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지난 8년간 당신들의 세월호 보도들 가운데는 "I was wrong"의 대상이 될 것들이 하나도 없습니까? 있다면, 당신들에겐 "I was wrong"이라고 말할 용기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