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전경심 교수와 조국 가족이 겪고 있는 참담한 고통에

가슴아퍼하는 어느 스님의 편지입니다.

편지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시간에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받고 있는 조국 가족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맘에 편지를 공유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공정한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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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님께 드리는 어느 수행자의 편지]

이 편지는 2022년 12월 8일 발송하였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공유합니다.

정경심 교수님! 엄동설한이 다가왔네요.

그곳의 겨울은 세상 어느 곳보다 추울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예전 페북으로 몇번 안부를 주고 받았던 스님입니다. 

정교수님의 형(刑) 확정 소식과 건강관련된 뉴스를 간간히 접하고 있다가 

근래에 문득 페북에 올라온 정교수님의 말씀에 마음이 아파서 

편지를 한 통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김민웅 교수가 페북에 편지 보낼 주소를 알려주어서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딸, 아들, 남편의 삶을 망친 천하의 나쁜 엄마이자 아내'라고 법정에서 오열하였다는

그 말에 정교수님의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비통한 마음이 느껴져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말씀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저는 출가 수행자로서 세상 일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고, 

실제로 그럴만한 시간과 여유도 없기에 거의 세상 소식을 접하지 않고 있으나 

몇년 전 일이 생겨 간 병원의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조국 교수의 사과 내용이 담긴 방송을

 -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처음 입장을 표명하는 방송이었던 것 같습니다 - 보고 

그뒤로 2년 넘게 아니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참상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거론할 가치도 없는 국민의 힘은 그만두고 문재인 전대통령과 당시 정부 관계자, 

민주당 그리고 검찰과 법원에 대해서도 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TV도 없는 산속의 수행자에게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좌절과 절망,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깊은 회의감에 젖게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세상만사가 어젯밤 꿈 속의 일과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철저히 증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분이 처한 상황은 하나의 화두가 되어 나의 가슴에 맺혀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한가지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정교수님은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과 같은 그저 평범한 엄마라는 것입니다. 

부모 특히 어머니는 모성애로 인하여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기도 하고 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정교수님의 행동이 설사 법에 저촉된 면이 있다할지라고 법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부모의 은혜 열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홉번째 은혜가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으로 자식을 위해 기꺼이 악업을 짓는다는 것입니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세상 모든 엄마, 아니 자식 가진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인륜을 법의 잣대로 심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검찰을 비롯해서 소위 보수세력이라 하는 이들과 심지어 침묵과 방조로 일관해왔던 이들은 

그래도 기소한 증거가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요. 

하지만 딸의 생활기록부와 일기장 그리고 가족들만의 공간인 카톡대화방까지 들여다봤다면 

없던 죄도 만들어냈던 대한민국 검사들의 실력과 행태로 보아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을 것이 분명합니다.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난 검찰의 추악한 과거사는 차치하고라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는 시민이라면 저간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공인된 국가의 폭력이기에 더욱 참담하고 아픕니다.

그러기에 보수 진영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묵인하고 방조해준 소위 민주진영의 이름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문재인 전대통령 이하 민주당 그리고 국가권력기관의 종사자들이 

결코 용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들이 받아야할 인과응보는 분명한 것이며 무엇보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三毒心)은 

중생의 근본 속성이기에 모든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정교수님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현재의 고난을 잘 이겨내십시요.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밝아오고 추위가 매서울수록 매화의 향기는 더욱 짙어지는 법입니다. 

이 고난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전화위복하십시오.

공의(共義)를 위해 핍박받는 정교수님과 가족들에게 불보살님들의 가피가 있을 것이며 

가까이는 함께 아파하고 인내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아무쪼록 건강 관리 잘 하셔서 다시 밝고 건강한 모습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추신 : 저도 젊은 시절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1년 가까이 한 적이 있어 그곳 사정을 조금은 압니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의 큰 스님 한분은 보림 수행을 위해 일부러 죄를 짓고 감방에 들어가 일본 순사들의 채찍과 중노동에 시달리며 마지막 공부를 마쳐 생사해탈을 하셨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한편으로 보면 그동안 소홀히 했던 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좋은 수행의 기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는데 도움이 되시라는 뜻으로 책을 몇권 선별해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