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려는 자, 하려는 자"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8

진보시민
등록일 2022-12-01 05:30
조회수 1664

“되려는 자, 하려는 자”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 페이스북)

처음에 그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려면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큰 이상과 포부를 내세워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많은 일을 도모했지만,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곧 깨달았다. 변화란, 실패의 경험이 쌓여 이루어지는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음을.

하지만 그들은 자리를 내놓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하려는 자가 아니라 되려는 자로 변신했다. 하기 위해 되려는 것이었는데, 거꾸로 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하기 위함이었고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면 자리를 내놓는 게 옳았다. 세상을 바꾸는 길은 여의도나 파란 지붕 같은 높은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므로. 낮은 땅, 고통받는 이들의 옆자리는 늘 비어있었으므로.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권력은 달콤했고, 자신들이 있어서 그나마 이 세상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이라는 헛된 믿음으로, 자리를 지키는 일에 몰두했다. 한때 변화의 주역이고자 했던 이들은 이제 그들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좌표를 상실한 이들, 되려는 일에 진심인 자들의 퇴행과 몰락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하려는 자가 진짜고 되려는 자가 가짜다. 진보는 되려는 자가 아니라 하려는 자다. 하려는 자보다 되려는 자가 많으면 세상이 망가진다. 되려는 자들보다 하려는 자들이 많을 때, 세상은 앞으로 조금씩 전진한다. 진보의 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하려는 척하면서 되려는 자들이다.

.....진보를 꿈꾸는 이여, 부디 「진짜」가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