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등 자체 생산 기기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구글 내부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MS와 AI 챗봇을 탑재한 검색엔진을 둘러싸고 정면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진 구글은 검색엔진 전면 교체계획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구글 내부 메시지를 인용해 삼성에서 지난달 검색엔진을 빙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구글 내부에 전해졌으며 이것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구글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이달 중 삼성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를 모으려고 하는데 이를 도울 직원의 자원을 받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삼성이 기본 검색엔진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NYT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NYT는 삼성이 현재 구글과 이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 검색엔진인 구글을 빙으로 교체하지 않고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삼성의 기본 검색엔진 계약은 연간 매출 규모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수준이다.

NYT는 "MS의 (최근 보여온) AI 관련 작업이 삼성이 구글과 이어온 12년간의 관계 변화를 검토하는 주요 원인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삼성의 이러한 위협은 1620억달러의 가치가 있었던 구글의 '난공불락(impregnable)' 검색 사업에 첫 번째 잠재적 균열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구글 측은 NYT에 사용자와 파트너사가 구글을 선택할 이유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검색엔진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사용자 경험을 증진하기 위해 다른 회사의 기술을 수용할 자유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러한 공식 입장에도 구글은 사실 내부적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를 두고 구글이 '패닉에 빠졌다(panic)', '충격을 받았다(were shocked)'고 표현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생산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이 수억대에 달하는 만큼 기본 검색엔진 교체가 실제 이뤄지면 구글의 점유율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의 경우에도 올 연말 구글과의 3년짜리 기본 검색엔진 탑재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 계약을 유지할 수도, 입찰을 통해 새로운 업체와 계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난 2월 미 투자은행 번스타인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빙의 추격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구글은 검색엔진과 AI의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NYT에 따르면 구글은 마지(Magi) 프로젝트에 직원 약 160명을 투입, 기존 검색 결과와 AI의 답변을 혼합한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챗GPT처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맞춤형 답변을 찾아주면서도 물건을 구매하거나 항공권을 예약하는 등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검색 결과엔 기존처럼 광고를 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결합한 새 검색엔진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공개했으며 다음 달에 100만명에 공개, 연말까지 3000만명으로 이용자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검색엔진은 미국에서 먼저 출시될 전망이다.
NYT는 "구글이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데이터 제공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구글이 93.17%, 빙이 2.88%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