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들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무사(?)히 이사를 하고 지금은 새 집에서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욕실을 건조하게 써서 깨진 것이니 수리하고 나가라" 라고하고, 저는 "동의 못하겠다"라고 답을 한 몇일 후,

아파트에 4년차 하자보수 신청 공고가 떴고,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알려주어 불이익을 당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어 해당 공고의 사진을 집주인에게 보내줬습니다.

(4년차 하자보수 대상에는 욕실 타일은 없었습니다.)

하루 동안 아무런 답장이 없었는데, 다음날 휴가차 다른 지역에 있는데 갑자기 집을 보러 오겠다고 하더라구요. 지방에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답을 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사 전 날까지 서로간의 아무런 연락은 없었습니다.

전출 관련 용무 때문에 관리사무소에 들른 김에 욕실타일 깨짐에 관한 사항들도 문의를 했는데, 4년차 하자보수 대상은 아니지만 신청한 집이 여럿 있다는 말을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제가 살던 집도 그 목록에 있는지 물어봤더니, 있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렇다면 집주인도 이 부분을 하자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라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이후로는 마음을 편히 먹었습니다.

이사 전날,

저는 집주인에게 "내일 이사간다, 이사 종료 30분 전에 알려드릴테니 집 상태 확인하실거면 오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집주인은 "그럴 필요 없다. 완벽하게 정리되면 그 때 불러라" 라고 하더군요

저는 "알겠다. 완벽하게 정리후 말씀드리면 오는데 얼마나 걸리시냐?" 물었고

집주인은 "30분이면 간다" 고 했습니다.

이삿날,

정말 짐이 다 빠지고 정리가 될 때 까지 기다린 다음 집주인을 불렀습니다.

요즘 집주인이 2~3시간씩 늦게 오는 등의 방법으로 전세금 반환이 늦어져 세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빈번하다고 들었기에 전세금 반환과는 상관없이 이사갈 집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겨둘 짐으로 여행용 가방 하나와, 앉아서 기다릴 의자 하나를 남겨두고 기다렸습니다.

생각 보다는 일찍, 1시간 만에 집주인 내외가 오시더군요.

이사 나간 집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없지만 바닥에 먼지는 그대로입니다.

당연히 저는 신발을 신고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내분이 먼저 신발을 신고 들어오셨고 뒤따라 오던 남편분은 아내분께 큰 소리를 치더라구요

"어떻게 사람이 살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느냐"

아내분은 궁시렁 대시면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셨고, 저는 꿋꿋하게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남편분은 욕실 타일 부터 살펴보셨습니다.

저는 깨짐 발견 즉시, 혹시나 벽 전체가 무너질까봐 박스 테이프를 전체적으로 붙여두었는데, 남편분은 테이프를 힘껏 뜯으시면서 어디가 문제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사실 실제로 깨진 부분은 매우 미미해서 대충 보면 못찾는데, 제가 알려드려도 잘 못알아보시더라구요.

남편분은 그 이후에도 집안 구석구석을 정말 꼼꼼하게 살펴보셨습니다.

욕실 배수구에 아직 머리카락이 남아있다고도 하시고,

마루 여기저기 조금씩 찍힌 흔적들도 뭐라 하시고...

보다못한 아내분이 "이분도 바쁘시다"면서.. 서둘러서 입금을 해주셨고,

저는 열쇠와 비밀번호 등을 전달해드린 후 재빨리 나왔습니다.

그동안 속 썩은걸 생각하면 화는 났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별말없이 돈을 다 받았으니 후련은 하네요.

집이나 집주인에게 피해갈 행동은 안했지만 득 될 일도 일체 하고싶지 않아서, 저희가 뭔가 추가로 해놨던 것들은 다 뜯어서 버리고 원상태로만 해놓고 나왔네요. 편히 살려고 공동현관 카드키 같은거 추가로 사서 사용하던것도 있었는데, 다 버렸습니다.

덧, 저희가 처음에 그 집에 이사 오고 나서 전 세입자로부터 택배가 하나 왔는데, 빌트인 가스레인지 삼발이였습니다.

삼발이가 멀쩡히 있는데 왜 보냈지? 라는 의문이 있었고, 굳이 새거 쓸 필요가 없어서 그냥 보관하고 기존 삼발이를 2년간 사용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나니, 집주인이 삼발이 태워먹었다고 새것을 요구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사 전날에 가스를 끊으면서 전 세입자에게 받은 새 삼발이를 교환해놓고 나왔습니다.

원글에 의견 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다들 좋게좋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득은 못봐도 해는 안입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