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그러한 의견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응당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그 의견들 사이에서도 옳고 그름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옳고 그름을 판정해주는 것 중 하나가 "데이터" 입니다.

대체로 진보정권은 복지에, 보수정권은 성장에 중점을 뒀다는게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고 구현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기되

왜곡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입이 필요하다는게 제 입장입니다만

과도한 개입의 경우는 시장에 100% 맡기느니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사실을 하나 소개드릴까 합니다.

진보정권은 복지를, 보수정권은 성장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보정권때 서민의 삶이 보다 나아지고 부자의 삶이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이

아무래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드러난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위 그래프는 소득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의 월 소득 상승률을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로 나타낸 것입니다.

(2020년이 없는 이유는 통계청에서 2020년부터 기준을 달리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에서 빨간 선이 상위 소득 20%, 파란 선이 하위 소득 20%의 소득 상승률인데요,

보시다시피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때는 빨간 선이 파란 선을 상회하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때는 파란 선이 빨간 선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진보정권때 상위 소득 20% 계층의 소득 상승률이 더 높고

보수정권때 하위 소득 20% 계층의 소득 상승률이 더 높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보겠습니다.

위 그래프는 하위 20% 소득 계층 比 상위 20% 소득 계층의 소득이 몇배수에 이르는지를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로 나타낸 것입니다.

보시면 노무현 정부가 시작된 2003년에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하위 20% 계층 대비 5.3배였으나

노무현 정부가 마무리된 2007년에는 6.1배까지 오릅니다.

이 수치는 이명박 정부 내내 내려갑니다.

이명박 정부가 마무리된 2012년에는 5.7배까지 내려가죠.

박근혜 정부때도 계속해서 내려서 2015년 5.3배까지 다다르나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16년 5.8배로 올라갑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시작하던 2013년 5.7배와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자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하위 20% 계층 대비해서 2018년 7.4배까지 급증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러한 사태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최저임금 인상"이었습니다.

소득 하위계층을 위해 단행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오히려 소득 하위계층에게 큰 타격을 준 것입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6,470원 대비 +16.4%나 인상된 7,530원이 되었습니다.

2012년부터 연 평균 +6~7% 선에서 인상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히 대폭 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고스란히 하위 소득 20% 계층이 맞았습니다.

최저임금의 급등은 큰 폭의 고용 감소를 초래했고

이 직격탄을 하위 소득 20% 계층이 집중적으로 떠안은 것입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상용 근로자 수는 꾸준히 늘었으나

임시/일용 근로자의 수가 크게 감소하고 만 것입니다.

이로 인해 2018년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은 전년 比 +4.0% 늘었으나

하위 소득 20% 계층은 전년 比 -10.2%나 소득이 감소하는 큰 타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과도한 개입을 단행한 후폭풍이

오히려 수혜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8년은 역대급 "소득" 양극화만 일어난 해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역대급 "부동산" 양극화가 발생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3월 중순경 제가 다른 카페에 올린 글에 치열한 댓글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논쟁 주제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글의 제목 그대로 "그나마 정부 대책 때문에 집값이 덜 올랐다"는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역대급 유동성 때문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집값 폭등은 막을 수 없었다는 의견인데

과연 그럴까요?

※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나라도 유달리 통화량 증가폭이 컸기 때문에

예외로 하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기간 (2013년 2월 ~ 2017년 3월) 동안

통화량(M2)은 1,841조 1,281억원 → 2,436조 9,947억원으로 +32% 증가했으며

문재인 정부 기간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한 기간 (2017년 5월 ~ 2019년 12월) 동안

통화량(M2)은 2,450조 2,209억원 → 2,912조 4,341억원으로 +19% 증가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49개월 동안 통화량은 +32% 증가했고

문재인 정부 31개월 동안 통화량은 +19% 증가한 셈인데

이를 월별로 단순 환산하면

박근혜 정부는 월 평균 +0.65%, 문재인 정부는 월 평균 +0.61% 증가했으므로

두 정부 사이에 통화량 증가폭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즉,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사태 기간을 제외하면

박근혜 정부와 문쟁인 정부의 통화량 증가폭은 비슷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두 기간 동안의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KB부동산 기준)

박근혜 정부 49개월 : +9.8%

문재인 정부 31개월 : +22.7%

역대급 유동성 때문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었다는 의견은 틀렸습니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월 평균 통화량 증가폭은 비슷했는데

박근혜 정부때보다 문재인 정부때 서울 아파트가 훨씬 폭등한 사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특히 문제의 2018년.

2018년 통화량(M2) 증가율은 +6.3%로

2010~19년 연 평균 통화량(M2) 증가율 +6.4%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2018년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13.6%로 2006년 이래 12년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2017년 8월 2일 발표된 8.2 대책에서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시켰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을 전매 제한하고 비거주 과세 요건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중과함으로써 매물이 나오는 통로를 철저히 차단시켰습니다.

매물 공급을 차단시켜버린 셈입니다.

매물의 수요는 꾸준한데 매물의 공급을 차단시켜버렸으니

시장은 "폭등"으로 화답합니다.

오히려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겼더라면

2014년부터 상승의 길을 걸어와 피로도가 누적되었던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08년 5.4만호 이래 최대 입주 물량이 들이닥친

2019년 5.4만호, 2020년 5.0만호의 입주 물량 앞에

하락 전환 또는 적어도 안정화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을 규제하기 위해 내놓은 어설픈 대책(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매물 감소를 초래해 11년만의 최대 입주 물량 파고를 뛰어넘게 만들었고

이는 다주택자가 아니라 애꿎은 무주택자의 심리적 좌절감만 키운 꼴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가 소득 하위 계층을 위한 정부였고 누가 무주택자를 위한 정부였을까요.

하위 소득 계층이 힘드니 최저임금을 올려주자.

무주택자가 힘드니 다주택자를 규제하자.

이런 간단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시장에 완전히 맡기느니보다 못한 과도한 개입은 이래서 지양해야 합니다.

단군 이래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절박한 20대에게

"과거 역사에 대한 경험치가 낮지 않는가"라는 말은

적어도 이러한 역대급 소득 양극화, 부동산 양극화를 초래한 쪽에서 해서는 안될 말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