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는 '가격=시장의 합의'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동일선상에 놓는 우리는 시장의 합의를 '사람들의 합의'로 오인하는 실수를 합니다.

상법 시험문제에서 단골로 나오는 오답문제입니다.

'주주총회에서 모든 주주는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다.' (X)

정답은 '주주총회에서 모든 주식은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다.'(O) 입니다. (물론 보통주 기준)

오답문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국민은 동일한 투표권을 갖는다는 상식때문에 속아넘어가는거죠.

제가 삼전 주식 10주들고 주총장에 가서 이재용이랑 같은 주주이니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하면 누가 해주겠습니까?

저는 자본시장연구를 전공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게 효율적시장에서 주식시장의 가격을 '모든사람들의 합의'로 오인한다는 겁니다.

아닙니다. 시장참여자가 100명이고, 99명이 삼성전자 주가가 주당 5만원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단 1명이 5만원이 싸다고 생각하고 사는 순간 그것이 시장 가격이 됩니다.

심지어 저 1명이 나머지 99명의 자본과 동일하거나 더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면? 5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는건 순식간입니다.

정보에 가장 민감한 단 1명의 사람이(자본이) 의사결정을 내리면 그게 시장의 가격, 시장의 합의가 되는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정부를 지지하고,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아마 그건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은 아주 특수한 재화입니다. 바로 한명이 구매(소비)해버리는 순간 더 이상 그 매물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비슷한 재화들이 존재하지만(아파트 다른층, 다른라인)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지도 않고 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를 부르든 사야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자본은 이 재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소비해버리고 더이상 시장에 내놓지 않습니다. 사람이 소비하는게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100명이라고 가정해봅시다. 99명은 A 부동산이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명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게임이 끝난겁니다. 상위 1%에서 부동산을 선점해버리는 순간, 나머지 99%중 그 재화를 무조건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교육, 직업 등 여러이유로) 그중에 능력되는 사람들만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합니다. 능력이 안되면 못사고 주변으로 밀려나는거죠.

저는 현정부의 문제가 바로 민주주의적 접근방식으로 시장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대출규제를 통해 100명의 사람들중 90명이 자본조달을 못하게 해봤자 10명이 자본으로 사버리면 끝입니다. 규제를 더해서 95명이 못사게 해봤자 5명이 자본으로 사버리면 끝입니다. 99명이 못사게 해봤자 1명이 자본으로 사버리면 끝입니다.

문제는 상위층으로 갈수록 자본조달방법은 더 많고 유리하다는데 있습니다.

아예 자본으로 못사게 하지 않는 이상 규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경제위기가 와야 집값이 빠질텐데, 그런떄는 일반인은 시장에 진입할 엄두도 못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진행하는동안 각종 대출규제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채권 안정성은 더 높아지고, 신용부도나 부도위험 등으로 시장에 강제로 매물이 나오는건 더 어려워집니다.

경기부양책, 인플레이션이 집값상승으로 이어지는게 이런겁니다.

내 삶은 팍팍해지고 나아지지 않는데 왜이렇게 집값이 오르지? 물가가 오르지? 내주변도 다 비슷한데, 다들 좋은학교 좋은직장 다니는데 다들 힘들게 사는데...

'자본'이 하는겁니다. 사람이 하는게 아니고.

이런 이야길 왜 하냐면, 제가 집을 못살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여러 이유로 아파트를 못사고 레버리지를 있는대로 끌어와서 주택을 샀습니다. 물론 시세가 오르긴 했지만 아파트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았죠.

5년정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원래는 아파트를 살수 있었는데, 이젠 못사게 되버렸습니다.

만약 5년전에 저돈으로 주택을 안사고 강남에 갭투자를 했다면? 제가 사려는 아파트가 2채는 되어있겠죠.

나름 은수저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돈도 벌만큼 벌고 있는데.. 이제 2~3년뒤면 자녀들 학교 문제때문에 여러 고려를 하는데 정말 막막해지네요.

전월세 상한제가 아니라 집값 상한제를 하지 않는 이상 집값상승을 막는건 어려울겁니다.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막차라도 타야겠다는 심리도 자극할꺼구요.

아마 이전처럼 미친듯이 오르진 않겠지만 이미 오를대로 올라서.. 

아마 규제로는 집값을 떨어뜨리는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근데 정부는 정말로 집값을 떨어뜨리고 싶어할까요? 어떤 정권이 집값을 떨어뜨리는걸 목표로 할까요? 당장 다음번에 다 모가지 날아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