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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아버지는 시골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하셨다. 그곳은 내가 성인이 되어 방문했을 때도 꼭 시간이 멈춘 곳처럼 약국의 집기, 운영 방식 등 모든 게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 친구의 아버지. 꼭 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조목조목 얘기하면서도 약을 준비하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안타깝게도 은퇴 후에는 치매를 앓게 되셨다고 한다.

하루는 친구가 밭에 뿌리려고 창고에서 가루 농약병을 찾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농약병이 없어졌다. 위험한 물건이라 각별하게 관리를 했는데,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의심이 가는 인물은 있었다.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 가루 농약병에서 용량대로 몇 그램씩 계량을 하고 있을 때면, 근처를 어슬렁거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가루 농약 같은 건 모른다고 하셨지만, 치매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친구의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아버지 본인도 모르게 음식에 넣는다거나, 집 안에 뿌리거나 했다면…… 앞으로 정말 위험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결국 친구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위험성을 판단해 사건으로서 탐정에게 토스를 하였다. 때마침 우리는 점심으로 초밥 도시락을 시켜서 먹던 와중이었다. 

-탐정 : …음, 다행히 가장 위험한 상황들은 피해간 거 같군. 며칠 지났는데도 아직 아무런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은 걸 보니.

-나 : 그렇지? 친구 말로는 아버지가 가루 농약을 어디에 숨긴 건 아닐까 싶대. 그래서 아버지 방을 포함해 온 집안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매일 보시는 신문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네. 

-탐정 : 집안이라면 원래 농약이 있던 창고는 포함이 안 된 건가?

-나 : 에이, 창고야 친구가 항상 일하는 곳이고, 농약병이 없어진 곳인데 더 볼 필요가 있겠나? 농약병은 없었어.

-탐정 : 그렇군. 한 가지 더, 아버지방의 신문 더미에는 정말 신문만 있던가? 왜 신문지면 사이에 알록달록한 광고 전단지 같은 것들이 몇 개씩 들어가 있지 않나.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지라시 초밥의 ‘지라시’가 그 광고 전단지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거든. 갑자기 요즘에도 그런 것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지네. 한번 물어봐줄 수 있겠나? 

-나 : 참나, 신문 전단지 같은 게 왜 궁금한데? 아무튼 그건 물어볼게.

탐정이 엉뚱한 거에 꽂힌 바람에 친구에게 급히 연락을 했는데, 탐정 얘기를 하니 친구가 확인을 하고 오겠다며 잠시 후에 다시 연락을 해왔다.

아까와는 달리 사뭇 약간 떨리는 목소리의 친구는, 지라시 같은 건 없고… 그것보다… 문제가 해결됐다고 조용히 얘기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어서 탐정을 쳐다봤는데, 그런 나를 향해 탐정은 지라시 초밥을 한숟갈 떠들고 배우처럼 멋쩍은 표정을 짓는 거였다.

…또 역시 나만 모르는 상황이 된 거로군. 나는 찰나의 시간 동안 추리를 해보기 시작했다. 과연 사라진 가루농약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https://www.nis.go.kr:4016/CM/1_5_1/list.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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