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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안드레아스 슈타이어(피아노)
내가 만약 피아노를 엄청 잘치는 고수라고 가정했을때, 그럼에도 가장 연주를 꺼릴듯한 작곡가는 슈만일 것이다. 왜냐?? 슈만의 대표 피아노 곡들은 거의 다 '판타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대표작들을 보면, 그나마 '형식'이라는 것과 관련된게 거의 없다. 두 개의 소나타 정도?(3번 소나타 제외하면..) 그 외의 거의 모든 작품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모음집' 형태이다. 물론 커다란 구상과 지향하는 틀은 있겠지만.. 그것들은 마치, 중세 독일을 규정짓던 '신성로마제국'과 같은 난잡한 형태랄까.. 역사적으로 그 제국은 나폴레옹 전쟁 과정에서, 상당히 축소되었고, 다시 비스마르크의 시대에 와서야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독일제국'을 이룬다. 그만큼 슈만은 그가 가진 주요한 특성인 '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낭만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통합시켜 많은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다른 대가들의 작품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슈만의 피아노 작품들은 '악보대로' 충실하게 혹은 기계적으로 연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연주자가 상상력을 너무 가미하자니, 슈만의 문학적 상상력을 따라가기도 쉽지않고.. 그래서 내가 만일 기교적으로 수준높은 피아노 실력자라 해도, 그의 작품 연주를 꺼릴 것 같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잡소리고, 위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말은, 개인적으로는 슈만 연주 중 맘에 드는 것을 찾기가 참으로 쉽지 않았던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슈타이어의 슈만 녹음은, 비교적 최근에 나왔던 음반 중 내가 선호하게 된 몇 안되는 녹음이다. 그리고, 이 음반에 수록된 4개의 작품은 슈만의 유명한 작품들 중에서 연주나 녹음이 비교적 적은 것들이어서, 그런면에서도 좋다. 피아노도 현대 피아노가 아닌, 1837년산 에라르 피아노를 쓴 것으로 보인다. 첫 곡 <아베크 변주곡 op1> 을 보자. Abegg가 뭘 뜻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면 되겠다. 이건 음악이론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해되므로 난 모르겠다. 어쨌든, 이 곡은 슈만의 다음 작품인 <나비 op.2> 와 분위기나 구성이 좀 비슷하긴 하다. 그래서 매우 앙증맞고 귀여운 측면이 많은 곡이다. 난 오래 전에, 크리스토퍼 에셴바흐의 연주를 듣고, 이제는 다른 연주를 안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슈타이어의 연주는 좋은 음질이 더해져서, 그에 비견될 만 하다. 에셴바흐 연주보다 속도감은 좀 희생되긴 했지만, 안정적 템포속에서 각 변주를 투명하게 잘 드러낸 연주이다. <환상곡집 op.12> 유명한 피아니스트 리히테르의 오래된 연주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답게 전곡을 녹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녹음도 너무 낡았다. 물론 그럼에도 들을 가치는 충분하다. 슈타이어 연주도 좋은데, 첫 곡 '석양'의 그 '마취에 걸린 듯' 특유의 나른함과 몽롱함이 잘 표현되어있다. 평일에 듣고있으면, 모든걸 놔버리고 싶은..(직장도 안가고싶다..ㅠ) 그런 강려크한 충동이 일어난다. <환상소곡집 op.111>도 들어보면 되나, 작곡 시기가 상당히 동떨어져있어 위의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유령 변주곡>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유령>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 곡인 '주제'는 꿈꾸는 듯한 서정적인 곡인데, 그 이후로 5개의 변주가 이어진다. 근데, 이 작품도 아무생각없이 들으면, 끝나고 나서 '이거 뭐지?' 하면서 허탈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처음 들었을때 그랬다. 대부분의 변주곡 작품과는 다르게, 오른손 선율의 변화가 거의 없는 대단히 독특한 변주곡이기 때문이다. 3번째 변주에서 변화가 심한 정도이고, 나머지는 거의 변화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 곡의 감상 포인트는, 다음 곡들로 이어지면서, 왼손에 의한 화성이 조금씩 두터워진다는 점을 염두에 들으면서 들으면 좀 더 효율적인 감상이 될 것이다. 특히 마지막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곡이 진행되면서 거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기는 커녕, 완전히 청자를 도취시키는데, 위에 언급한 <환상곡집> 첫 곡 만큼이나 몽롱한 음색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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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이라.. 격한 음악 좋아하시는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