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반만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나왔습니다. 비록 시즌3이 아닌 '아신전'이라는 이름의 외전이지만 오랜 기다림은 이마저도 가뭄의 단비처럼 여겨질 줄 알았죠. 당초 1년에 시즌 1개씩 진행하겠다는 계획은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을 듯 하고 시즌제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 드라마 풍토도 있었겠죠. 답답한 것은 아직도 시즌3의 계획보다 '세자전'과 같은 외전격 컨텐츠가 나올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외전이 잘만 나와준다면 좋겠지만 이번 '아신전'을 보면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대충족보다는 아쉬움이 좀 더 남았다고 할 수 있겠죠.

먼저 이번 '아신전'은 기존 한시간 내외의 6부작 드라마가 아닌 93분의 단편으로 나왔습니다. 영화적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죠. 원래 킹덤이 좀비물의 외피를 쓴 궁중 암투극인데 비해 '아신전'은 시즌2의 마지막에 잠깐 얼굴을 비췄던 전지현의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킹덤이라는 드라마가 워낙 잘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즌2의 마지막이 워낙 강렬했기에 당연히 '아신전'에 기대감도 커질 수 밖에 없었죠. 거기에 2010년대 이후부터 드라마, 영화, 광고 하는 것마다 대박 흥행퀸인 전지현이라면 이거 끌리지 않을 수가 없죠. 전지현의 액션영화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순 있지만 '암살'에서 스나이퍼 역할을, '블러드'(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에서는 검객을 연기했었습니다.

'아신전'은 '킹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만큼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의미는 단순히 내용적으로만이 아니라 장르적 특성의 연장선에서 시청자 혹은 관객의 기대치가 있다는 뜻이겠죠. 드라마 '킹덤'시리즈의 장점은 명확했습니다. 배두나의 발연기와 이미 닳고 닳은 좀비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좀비컨텐츠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스피디한 진행의 액션과 궁중암투 속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릴러적 요소의 적절한 배합이야말로 웰메이드 드라마로고 불릴 요소였죠. 아신전 역시 '킹덤'이라는 이름아래서 기대하는 바 역시 이런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신전은 전지현이 맡은 역의 아신의 성장기가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와는 달리 93분이라는 시간에 그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성장담을 담아야 했고, 비극적인 삶 속에서 정찰병을 해야 했던 과정, 그리고 피의 복수극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야 했습니다. 특히 기존 킹덤이 드라마적 특성상 '기-승-전'을 담고 결말을 미뤄두고 계속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비해 '아신전'은 '기-승-전-결'까지 지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오히려 킹덤 시즌3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신전을 건너뛰고 봐도 될 듯하네요. 반대로 킹덤을 모르고 아신전만 본다해도 내용이해에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