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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펀쿨섹좌'는 진짜 멍청이 얼간이일까, 아니면 고도의 심리술사일까 93
이름:  관망호랑이-


등록일: 2021-06-16 18:55
조회수: 21505 / 추천수: 72






얼마 전 이런 짤방이 올라왔었더군요. 일본 환경성이 행정개혁을 했다는 그런 내용인데, 업무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신분증들을 전부 하나로 통일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발표였습니다(왜 신분증을 저렇게 많이 발급받아야 하는지는 해당 게시물의 댓글 참조). 일본 환경성의 ‘장관’격인 환경대신은 고이즈미 신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펀쿨섹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익히 쓰이는 밈에 자주 등장하는 일본 정치인이며 인터넷상에서는 일본 특유의 깝깝함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주 꼽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나와서 “환경성이 그 동안 문제가 되어 있던 행정개혁을 실시했다!”라고 발표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요.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비 합리적, 비 효율적 업무 처리 행태를 꼬집는 것과 동시에 2021년이 된 지금까지 이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저렇게 살았다는 것도 놀라운데 고작 저거 하나 했다고 행정개혁이냐’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엉뚱한 고이즈미 신지로가 끼얹어져서 놀림거리가 된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사례로 나오는 저 사람의 발언을 보면 우스울 수밖에 없고 조롱거리나 우스갯소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6%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기자가 “왜 46%인가요?”라고 하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46%라는 숫자의 실루엣이 떠올랐다”라는 발언을 했다던가(고이즈미 지역구의 지역 번호가 046),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는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발언해 ‘펀쿨섹좌’가 된 계기를 만든 일이라든가, 예의 ‘하겠습니다, 그것은 약속이니까’라는 일본 만화의 주인공이 할 법한 말을 했다든가 등등. 

그렇다면 저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는 정말 멍청이일까, 만약 정말 멍청이라면 어떻게 저런 인물이 일국의 환경대신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 가지 흔히 간과되는 사실이 있는데 저 펀쿨섹좌 고이즈미의 외모가 다소 젊어 보여서 그렇지, 경력으로는 다른 ‘차기총리 후보’들과 어께를 나란히 할 정도의 중진급 의원이라는 것입니다. 81년생으로 불혹을 넘겼고 4선 중의원이기도 하죠. 물론 전 총리이자 인기 정치인 출신인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지역구를 세습받아(일본 정치 최대의 병폐, 대부분 일본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뒤로 물려줍니다)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 대수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선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자체가 일본 보수정당이자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 비주류 출신입니다. 당연히 아들도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구를 세습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 있었고 파벌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치인 생명이 그리 탄탄하다고 볼 수가 없었죠. 물론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총리이자 당수였던 총재 아소 다로가 삽질을 많이 해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는지라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발탁된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후 행보를 보면 이 사람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냥 단순한 얼간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대중성에 대한 부분인데, 골수 우파들이 점령하고 있는 현 집권 여당에서 소장파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가 쉽지 않은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하는 한편으로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어서 당내에서 자신의 쓰임새를 계속해서 어필하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전 총리였던 아베의 반대파에 있었으면서도 현재까지 환경대신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일 잘하는 인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정치적인 행보가 굉장히 계산적이고 치고 빠지는 데 능하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가 되는 것은 외국은 물론 자국민들에게도 멍청이나 얼간이라고 낙인이 찍힐 정도로 웃긴 밈들이나 짤방들을 생산하는 것인데, 이것을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 쌓는 무기로 활용하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자신만의 기묘한 4차원 화법을 활용해 대중적 인지도를 집중시키는 것인데 대중들에게 화제가 되는 정치인이라는 것은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해내고 있는 것이죠. 일본 내에서는 ‘포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며 티셔츠로도 만들어져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정치인이라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승계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역효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펀쿨섹’발언인데, 사실 이 발언은 신지로가 처음 꺼낸 것이 아니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당시 자신의 인터뷰 앞 순서였던 전 UN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자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성공적으로 이끈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의 슬로건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엄중한 화두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자국의 정책이나 아이덴티티를 발언하지 않고 남의 슬로건으로 술자리에서나 가능한 말장난을 일국의 환경대신이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 마땅했지만, 이런 발언 자체가 화제가 되어 본인의 인기 상승과 입지에는 플러스가 되었습니다.

특유의 봉창 두드리는 개그적인 발언이나 순환논법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는데 반성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서 반성을 해야 한다고 반성합니다’같은 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인간이 정말 정치인이 맞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이 안에는 고도의 정치적인 전략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엘리트를 좋아하는 일본 내에서도 슈퍼 엘리트 교육을 받은 고학력 정치인입니다. 아이비리그 사립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바보’라는 이미지와는 동이 떨어져 있죠. 그런데 왜 몰상식한 발언을 하냐면, 비주류인 자신의 상황 상 당내에서 정치적인 스탠스로 찍힐 경우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정치인은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발언들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떡락하는, 그만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일 수밖에 없는데, 정치인으로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발언들은 최대한 하지 않으면서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파벌이나 자신의 세력이 없기 때문에 권력의 핵심이나 중심에서 멀어져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발판삼아 지속적으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도 신지로는 그렇게 멍청한 사람이 아니고 원래 자기 아버지 따라서 반 아베파로서 활동하다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캐스팅되는 바람에 정부 비판에 대해 입을 봉인당한 뒤 펀쿨섹이니 46%이니 적당한 말만 하는 중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런 포지션은 정치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기도 한데 가장 가깝게는 시진핑이 주석으로 꼽히기 전까지 중국 중앙당의 권력에 관심이 없는 척 하다가 갑자기 포스트 후진 타오로 치고 나온 케이스도 있습니다. 이빨을 숨기고 있다는 분석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저 멍청이가 사실은 알고 보면 엄청나게 똑똑한 ‘흥선 대원군’스타일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기도 합니다. 미국 명문대학, 그것도 졸업하기 어렵다는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뇌물 없이 졸업했고,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 중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자기 지역구 사안을 다루거나 혹은 문제를 해결할 때 굉장히 성실하고 꼼꼼하게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펀쿨섹좌가 등장해 인터넷 밈이 되어 인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한 것도 최근 4년, 아베노믹스가 철저히 실패하면서 차기 민자당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집중되어 있죠. 물론 스가가 아베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되었고 권력을 쥐고 있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코로나 대처에 실패하고 도쿄 올림픽이 사실상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상황에서 고령의 정치인이 계속해서 권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빨과 발톱을 숨기고 있는 똑똑한 호랑이라는 이야기…민자당 내에 자신의 파벌이 전혀 없는 비주류인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타의에 의해 자신의 생존권이 결정될 가능성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 중앙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척 파벌을 모으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책임을 짓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모으는 중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것이 ‘정치인’으로 스탠스를 잘 잡고 있다는 말이지 훌륭한 인간이나 능력 있는 각료라는 말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소 뒷걸음 치다 쥐꼬리를 밟는 격일 가능성도 있으며(진짜 멍청이인데 어떻게 저떻게 되고 있는 중일지도ㅋㅋㅋ) 어쨌든 저 헛소리에 투명성이 전혀 없어서 이를 간파하는 일본의 자국민들은 답답한 상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도 펀쿨섹으로 유명한 저 사람이 과연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이빨을 드러낼지 궁금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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